럼피스킨병은 지난 10월 19일 충청남도 서산시 소재 한우농장에서 수의사 진료 중 피부병변이 있는 소가 발견돼 처음 신고됐다. 이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해 20일 국내 최초로 럼피스킨병 발생이 확인됐다.
이 병은 소만 감염된다. 고열과 피부결절(단단한 혹)이 특징이며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여러 분비물이나 정액 등을 통해서 접촉 전파 사례가 일부 있지만 공기 중으로는 옮겨진 사례는 없다. 흡혈 곤충에 의해 전파됐다면 9월 이전에 바이러스가 전국에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다. 폐사율은 10% 이하다.
농식품부는 지난 20일 최근 태국,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하고 있어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LSD의 전국 확산을 대비해 백신을 비축하고 농가 예찰 등을 진행해 왔으나 전국적인 확산을 막지는 못했다.
방역당국은 LSD가 서해안, 강원 접경지역 등에서 주로 발생한 만큼 중국과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LSD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한우 농가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재 전국 농장 70곳에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되는 소는 총 5010마리다. 바이러스가 진정되지 않으면 살처분되는 소의 숫자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소가 살처분되면 한우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젖소 농가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축산업계는 올해 한우 수출에 힘써 왔다. 지난해 연말 한우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우 농가들이 큰 시름을 얻었을 때도 한우 수출로 어려움을 타개하려 했다. 그 결과 올해 홍콩, 말레이시아, 캄보디아까지 수출을 확장해 왔는데 LSD라는 악재에 부딪히게 됐다.
지난 10월 5일 기준 한우는 4만8689kg이 수출됐고, 수출액은 36억4944만6000원이다. 한우는 대부분 홍콩에서 소비되고 있다. 홍콩 수출액은 지난 2018년 6만5245kg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구제역,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감소했었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수출에 일부 영향이 있다. 전염병 기간에는 수출을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전국한우협회는 11월 1일을 ‘한우 먹는 날’로 정해 대대적인 판촉행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LSD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우농가들은 행사에 참여하는 대신 대부분 농가를 지키고 있다.
같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우자조금 관계자는 LSD에 걸린 한우들은 살처분되는 만큼 기존 한우들은 소비자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우 농가에서는 살처분되는 한우들의 보상금 문제도 걱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 수송아지 1마리당 산지가격은 2022년 386만 원, 암컷 1마리당 산지가격은 2022년 556만 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보상금은 이에 못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급속한 질병 확신을 막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400만 마리 분의 백신을 들여올 예정이다.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해 10일까지는 전국의 소들에게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10월 31일 오후 3시 기준 407만6000마리 중 162만1000마리가 백신 접종을 마무리했다. 통상적으로 백신 접종 완료 후 3주 정도면 항체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 권재한 상황부실장은 “소 사육농가는 럼피스킨병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농가 내․외부 흡혈곤충 방제, 농장 출입 사람․차량 통제 및 소독 등 차단방역 수칙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삼주 회장도 “발병 건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점은 찍었다”라며 “항체가 형성되고 12월 초쯤 모기나 파리가 없어지는 시기에 소멸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