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발간한 제25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 25호)에서 성종호 유한화학 상무는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향상과 지속적 발전 방향에 대한 제안'을 통해 “국내 원료의약품의 낮은 자급도와 완제 의약품 생산에 외부 의존도가 높다”며 원료의약품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원료의약품 발전은 단순히 자급도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 보호와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산업 전체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 상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화와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합성 원료의약품의 국내 제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화학물질 취급에 따른 화관법, 화평법, 소방 관련 법령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 관련 법령 등 약사법 이외에 영향을 받는 규제가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제조소는 혐오 시설까지는 아니지만 유해 시설처럼 여겨져 국내에서 새로 등록하고 관련 사업에 투자하기란 이제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각종 합성 의약품 제조 시설의 폭발 사건 사고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최근 언론에 보도된 모 제약사의 경우 경영적 이유로 구조조정까지 이뤄지고 있다.
성 상무는 구체적으로 원료의약품산업이 어떠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중요한지에 대해 다음 세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공중 보건, 특히 급격한 수요 상승 상황에 대한 기여 부분이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의 향상은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성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고 이는 국내 완제의약품 공급을 보장하며, 급격한 수요 상승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경제적 가치 부분이다. 원료의약품 산업은 기초 과학을 이용한 응용산업 분야로 시약, 기계 장비 등 산업 전반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이며, 이는 국가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 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형 산업 분야다. 기본적으로 전문 인력이 요구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의 품질 확보가 되고 가격 경쟁력만 있으면 해외 수출에 기여하고 국내 의약품 산업 발전을 현재 보다 한 층 높은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
셋째, 제약 연구 및 개발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국내 의약품 산업 전주기 강화를 실현할 수 있다. 원료의약품은 새로운 의약품 및 치료법의 연구 및 개발에 필수적인 원재료로 사용된다. 이는 원료의약품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의학 및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며, 인류의 건강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완제의약품 산업 구조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성 상무는 “국내 원료의약품 발전은 △원활한 완제 의약품 공급 안정성 △긴급 상황 대응 능력 △무역규제 우회 △국가 안보 △지역 산업 및 일자리 유지 △지속 가능한 의약품 산업 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특히 팬데믹, 자연재해 등의 비상사태에서는 국내의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는 최소한의 필요 의약품을 신속하게 생산하고 분배하기 위해 자체 원료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보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 품목이 늘어나야 하고, 생산량도 증가해야 실질적인 자급도가 향상될 수 있다"며 "시설투자 등에 대한 인센티브 등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 상무는 “현재 정부조직이나 기관은 운영이나 조직적 측면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며 원료의약품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정부 차원의 관리 조직 또는 별도 기관의 신설을 주장했다. 의약품 공급 전체를 관리하고, 분석하고 처리하는 조직을 신설해 △관련 법령 제·개정 △해외 국가별 법규사항 확인 △해외 원료의약품 수급 및 가격 조사 등 모든 필요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필수의약품의 허가 과정 신속 심사 또는 심사 기간 단축 △필수 의약품이나 국내 제조 원료의약품 사용에 대한 약가 우대 △필수원료의약품 제조나 신규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 관련 세액 공제 △각종 공공요금(전기, 수도 등)에 대한 특별 세제 혜택 △원료의약품 제조의 환경 관련 지자체별 중복 규제 일원화 △원료의약품 제조사 인력 수급난에 대한 지원책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료의약품 자급도 향상은 단기적인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