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보편화로 플랫폼 기반 생활이 일상화 됐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플랫폼 산업의 선두 주자들은 '슈퍼 앱'을 도입, 고객을 기존 서비스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슈퍼 앱은 한 앱 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활동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글로벌 연구조사기업 가트너는 2023년 상위 10가지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슈퍼 앱을 꼽았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7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슈퍼 앱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 된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슈퍼 앱은 아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그랩(Grab)과 위챗(WeChat) 등이 있다. 특히 위챗은 2011년에 소셜 미디어로 시작하여 점차 슈퍼 앱으로 성장했고, 현재는 13억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onthly Active Users, MAU)를 보유하고 있다. 위챗은 인스턴트 메시징, 온라인 쇼핑, 가상 지갑, 결제 서비스, 배달 서비스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인들에게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그랩은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앱이다. 그랩은 이륜차 기반의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승차 공유를 넘어 음식 배달, 결제, 보험, 물류, 대출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월간 3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작년 10월 인수한 트위터를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트위터의 기존 파랑새 로고를 알파벳 ‘X’로 변경했다. 또한 메시징 뿐만 아니라 상품 결제 등 금융 서비스까지 탑재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과거 슈퍼 앱에 대한 비전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작년 그는 중국의 위챗을 사례로 들며 “트위터 인수는 ‘슈퍼앱 X’를 만들어내는 촉진제”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머스크는 금융 서비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올 3월 직원들에게 트위터의 미래 비전을 담은 ‘트위터 2.0’을 설명하며 “트위터가 단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치지 않고 금융 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포탈 카카오와 네이버가 검색과 메신저 외에도 동영상 스트리밍, 커머스 등의 기능을 확장하며 슈퍼 앱으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 8월 카카오톡을 개인 간 소통,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능을 통합한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는 e커머스와 송금 등 금융으로 서비스를 확대했고 선물하기, 라이브 커머스, 모바일 검색과 뉴스 제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카카오TV를 단일 앱에서 제공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도 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기반으로 슈퍼 앱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지난 9월 출시한 '에이닷(A.)'과 LG유플러스가 지난 10월 선보인 '너겟'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전략을 추진하며 'AI 슈퍼앱'을 목표로 에이닷을 선두에 두고 있다. 에이닷은 '내 손안의 AI 친구'란 새로운 슬로건을 통해 사용자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기능 추가 및 업그레이드를 해 사용자 요구에 맞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특히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을 최근 국내 통신사 중 단독으로 추가했다.
에이닷은 통화 내역을 분석해 전화할 사람을 추천하고, 통화 내용을 AI로 분석, 요약한다. 또한 일정 등록, 주소 공유 등 필요한 작업을 연결하고, 일상생활 전반에 AI를 통합하여 AI 수면 관리, AI 음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에이닷은 또한 KBL 프로농구 중계, AI 하이라이트 시청, AI 퍼스널 컬러 프로필 촬영, 플레이리스트 추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앞으로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역콜'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 초 개인화 맞춤형 요금제 '너겟'을 출시했고, 이에 따라 너겟 앱을 출시했다. 너겟은 모바일 전용으로, 하나의 앱에서 통신 서비스 가입부터 해지, 상담까지 모두 제공한다.
너겟은 단순한 통신 앱을 넘어서 맛집 정보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내년에는 LG유플러스가 개발 중인 생성형 AI '익시젠' 기반의 챗봇이 너겟에 도입될 예정이며,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 자체 SNS인 '베터' 등과 결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모빌리티와 관련된 모든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 앱을 개발하기 위해 내비게이션과 대중교통 앱을 하나로 합쳤다. 차량 구매 및 관리 서비스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해 도착지 맛집, 숙소 등의 정보를 개인별 맞춤 형태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고, 2025년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국내 대표 금융 앱 토스(toss)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도 지난해 알뜰폰 업체를 인수하고 신용카드 업계로의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은행, 증권,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합한 토스를 ‘슈퍼 금융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기본적으로 토스는 종합 금융 앱을 지향하지만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자주 선보인다. 가능한 많은 서비스를 내놓고, 그 중에서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서비스만 남겨 두는 식이다. 사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증가할수록 MAU의 수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중고거래 앱으로 시작한 당근은 지역 인증을 통해 현재 이용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 내에서 중고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 시 필요한 송금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당근페이와 동네 이웃을 대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플랫폼으로서 동네별 사용자의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의 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슈퍼 앱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슈퍼 앱의 단점도 있다. 슈퍼 앱은 소비자에게 편리한 기능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반독점 구조를 심화시킨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한층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산업의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알고리즘에 의한 편파적인 정보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고, 과도한 자금 쏠림으로 금융 안전성 저하 및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도 위험성이 증가했다. 슈퍼 앱의 메인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사용자와 기업은 상호 간 신뢰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