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 7곳의 지난해 매출 합계는 220조~23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기업집단 집계 기준으로는 전년(2022년 140조원)보다 늘어난 150조~160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LG는 과거 럭키금성에서 사명을 바꾸고 '초우량 LG'를 기치로 내걸었다.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에서 구본무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1995년 초에 일어난 일이다. 초우량 LG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LG그룹을 키우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외환위기와 GS, LX, LS 계열 분리 등을 거치며 재계 순위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4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구본무 회장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구광모 회장이 꺼내든 키워드는 '고객 가치'였다. 구 회장은 취임 2년 차인 2019년, ㈜LG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처음 내놓은 신년사에서 "성과의 기반은 LG가 추구한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감동을 주는 것'이자 '남보다 앞서서 주는 것', '지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우량 LG가 구본무 시대 경영 철학이었다면 고객 가치는 구광모 시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구 회장은 해마다 고객 가치를 다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즉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찾아내며(2020년 신년사), 고객을 더욱 세밀하게 나눠 이해하자(2021년)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객 경험(2022년)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해엔 "LG 구성원 모두가 고객 감동을 만드는 주체가 되자"고 주문했다. 고객 경험은 LG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기업의 지향점으로 확산됐다.
올해 구 회장이 제시한 메시지는 '차별적 고객 가치에 대한 몰입'이다. 단순히 남들과 다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라고 정의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을 놀라게 하는 감동을 주고 새로운 문화를 열어줄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온리 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에 없던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 각 사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선점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상위 경쟁자를 제치고 1등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新)시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2등 없이 유일한 1등이 될 수 있다. 고객 가치는 구광모 회장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LG그룹 초격차 경영 방식이다.
구광모의 '고객가치론'은 계열사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전, 차량용 전기장치(전장), 이차전지 사업을 하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 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눈길을 끌었다. 식물을 재배하는 'LG 틔운'이나 안면 미용 기기 '프라엘', 탈모 치료 의료기기 '프라엘 메디헤어', 전자식 마스크 '퓨리케어 마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신발을 건조·탈취하는 '슈 스타일러'와 이동식 무선 스탠드형 모니터 '스탠바이미'도 있다. 오는 9일 미국에서 개막하는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4에서는 텀블러 세척기를 공개한다.
이러한 제품이 당장 흥행하지는 않더라도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필요성을 만들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성공 사례도 있다. 금성사 시절인 1984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김치냉장고는 지금은 필수 가전이 됐다. 2011년에는 '트롬 스타일러'를 출시하며 국내에서는 생소한 의류관리기를 대중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 외 시장 점유율은 27.7%다. 글로벌 전체로 보면 거대 내수 시장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앞세운 중국 업체 CATL과 비야디(BYD)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하이니켈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등 고밀도·고성능을 내는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이 앞서 있다고 알려졌다.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의 성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해 LG에너지솔루션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제조에 국한하지 않고 관리 시스템(BMS)이나 전력 거래 플랫폼 같은 신규 사업 모델을 발굴해 고객 가치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