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볶아 먹고, 무쳐 먹고, 말려 뜯어 구워 먹고. 순대 만들어 찜쪄 먹고, 해물탕‧해물전에 빠질 수 없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해산물은 오징어 아닐까. 과거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지만 아직도 편의점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의 간식 친구였던 오징어가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 앞서 사라져간 다른 어종과 같이 무분별한 남획과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난 6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오징어 조업 어선이 정박해 있었다. 이날 새벽부터 조업한 선주는 "오징어를 잡으러 나갔는데 오징어가 없어 기름값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복어를 잡아 왔다"고 말했다. 그가 펼쳐 놓은 그날의 성과물은 탱탱한 오징어들이 아닌 칙칙한 색상의 복어들이었다. 사진 속 선주의 허탈한 이야기다.
그러찮아도 우리나라 연근해 어획량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특히 오징어 어획량 감소가 심각하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6만3000t이던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2020년 5만9000t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더니 2022년에는 3만6000t으로 급감했다. 원양어선 오징어 생산량도 2014년 16만7000t에서 2022년 4만8000t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금징어'라 부를만큼 오징어가 귀해져 정부 비축분을 풀어야 할 정도로 오징어 급감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 것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지난해 8월 피서철 강릉과 속초, 고성 등 동해안 시·군에서 열리던 대표적 체험 축제였던 오징어 맨손잡기 등 주요 오징어 관련 축제가 대부분 사라졌다. 오징어 맨손잡기란 깊이 1m 정도의 바다에서 살아있는 오징어를 맨손으로 잡아보는 체험 축제로 온 가족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속초 장사항에서 20회 넘도록 열린 장사항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는 매년 8월 초 열려 오징어 맨손잡기 외에도 오징어순대 만들기, 어선 승선, 물총 싸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인기가 높았으나 지난해에는 열리지 못했다. 강릉 주문진 오징어축제는 2019년 태풍으로 축제가 취소된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고, 동해시 목호항 일원의 오징어축제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다.
강원도 자료를 인용해 연합뉴스가 지난해 11월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감소하고 난류성 어종인 방어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다.
강원도 집계에 의하면 2022년 오징어 어획량은 3504t으로 전년도(6035t)의 58%에 불과했다. 2023년 10월 기준 오징어 어획량은 1171t으로 2021년의 19.5%에 그쳤다. 반면 난류 어종인 방어 어획량은 2021년 3404t에서 2022년 6112t으로 180% 늘었다. 일년 새 거의 두 배가 는 것이다.
해수부는 공해조업 규제 및 연안국의 자원자국화 정책 강화로 인해 새로운 해외 어장개발이 필요해짐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새로운 해외 어장을 개척해 수산 자원을 확보하는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해수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북태평양 꽁치, 대서양 오징어, 남빙양 이빨고기(메로) 등 11개의 새로운 해외어장을 개척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23년부터는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자로 기존 원양어업인(단체) 외에 연근해어업인(단체)까지도 인정, 러시아 수역의 명태·오징어와 서아프리카(기니비사우) 수역의 조기·민어 등 다양한 수산 자원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