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해를 넘기면서까지 인사에 장고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선택은 ‘핀셋 쇄신’이었다. CJ대한통운의 성장을 이끈 강신호 대표를 실적 부진에 빠진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이동시켰다. 대대적인 신상필벌보다는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들은 유임시키며 안정 속 최소한의 변화만 추진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이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신규 임원(경영리더) 19명을 승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CJ제일제당 대표에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를 내정했다. 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3년여만에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한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7조8904억원, 819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7%, 35.4% 감소했다.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대표 교체가 가장 유력했던 곳이었다.
지난 2021년 그룹 정기인사에서 CJ대한통운 수장에 올랐던 강 대표는 이후 주요 사업부문의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체질부터 개선해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4802억원(연결기준)을 달성하는 등 큰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그는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CJ그룹 인사팀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CJ대한통운 대표를 맡기 전에는 1년간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CJ대한통운 신임 대표이사에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취임한다. 신 대표는 신규 브랜드 ‘오네(O-NE)’를 론칭하는 등 택배·이커머스 부문에서 미래형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밖에 CJ프레시웨이 정성필 대표와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CJ푸드빌 김찬호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구창근 CJ ENM 대표와 허민회 CJ CGV 대표도 유임됐다. CJ ENM은 작년 연결 기준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하면서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CGV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임원)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1년 전 인사에서는 신임 경영리더가 44명 나왔는데 실적 부진 영향으로 올해는 절반 넘게 줄었다.
지난 1월 이재현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를 격려한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신임 경영리더가 각각 6명, 4명이 나왔다. 반면 실적이 부진했던 CJ제일제당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3명에 그쳤다.
이번 인사에서는 1980년대생 2명(CJ올리브영), 1990년생 1명 등 젊은 임원들도 탄생했다.
CJ 관계자는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 인사”라며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성장을 고려해 2020년(19명) 이후 최소폭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