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수개월 째 오리무중이다. 통상 매년 11월에서 12월 사이 단행됐던 인사가 해를 넘긴 것은 7년 만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고 업계 안팎에서는 계열사 성과별로 매서운 신상필벌의 인사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이달 계열사들의 실적 발표가 있는 만큼,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2024년 인사는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말에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의 경우 CJ제일제당·CJ ENM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함에 따라 문책성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또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올 정기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인적쇄신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점도 변화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손경식 CJ그룹 공동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반성 어린 작년 평가와 새해 각오를 밝혔다. 그는 “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을 때는 파격적 보상을 하고, 달성하지 못하면 반드시 책임을 지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상필벌을 예고한 셈이다.
CJ그룹은 해를 넘긴 지난 2017년도에 총 70명을 승진시키고 49명의 임원을 이동시키면서 변화에 무게추를 둔 인사를 단행했다. CJ그룹은 2019년 이른바 비상 경영을 선포한 이후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선 성과주의를 기조로 전년 대비 승진 인사 폭은 줄이되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당장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CEO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 등이다. 구창근 CJ ENM 대표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결국 지난해 실적이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 여부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도 있다. CJ그룹 오너가 4세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 여부다.
이경후 실장은 지난 2021년도 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이선호 실장은 2023년도 인사를 통해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승진했다. 계열사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이들 대표의 거취가 어떻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줄었다. 식품사업부문과 대한통운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바이오와 사료·축산법인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대한통운을 포함한 CJ제일제당의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29조2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2916억원으로 22.4% 감소했다. 대한통운을 제외한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4.7% 감소한 17조8904억원, 영업이익은 35.4% 줄어든 8195억원이었다.
CJ제일제당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3조742억원·영업이익은 993억원으로 모두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1.9%·영업이익은 1.4% 증가한 수준이다.
사업별로 보면 △식자재 유통 사업 2조2858억원 △단체급식 사업 7261억원 △제조 사업 623억원 등으로 대부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CJ프레시웨이의 고객 유지율은 70%를 넘어섰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CJ CGV도 반등에 성공했다. CJ CGV 지난해 매출은 20.6% 늘어난 1조5458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인사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주총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2월 하순에는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