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경쟁 구도를 형성 중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새로운 전장으로 친환경 선박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4일 선주들이 환경 규제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경제운항 솔루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선박 탄소 집약도 지수(CII) 모니터링 스마트십 기술’은 한화오션이 최근 수주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에 적용될 예정이다.
CII는 1톤(t)의 화물을 1해리(1852m)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 사용량, 운항거리 등 운항 정보를 활용해 사후적으로 지수화한 값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올해부터 CII 규제를 5000t급 이상 선박에 적용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HD현대의 선박 서비스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오션와이즈(OceanWise)’를 내놨다. 지난 1일 HD현대마린솔루션은 포스코와 오션와이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션와이즈가 상업용으로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의 탄소 배출량 솔루션 기술 경쟁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경합의 일부로 비춰진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오는 27일 HSD엔진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HSD엔진은 HD현대중공업에 이어 세계 선박 엔진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조선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한다.
한화오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달 29일 ‘친환경 해운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체 해운사를 통해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선박을 시연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암모니아 선박 등 친환경 선박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운사가 적극적으로 친환경 선박을 발주해야 하지만 워낙 가격이 높은 탓에 몇몇 대형 업체를 빼면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 어려워서다. 조선업체로서는 기술을 실증할 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를 받는 HD현대 역시 다르지 않다.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SD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24일 고려대 해운조선물류수산(바다) 최고위 과정 주최 포럼에서 "친환경 선박은 기존 선박 대비 비용이 많이 들어 해운사가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가격 경쟁력을 꼽기도 했다.
HD현대는 당분간 한국선급, 미국선급 등과 협업해 친환경 선박 실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오션와이즈도 글로벌 해운사와 선급과의 협업을 통해 실증을 진행했다"며 “아비커스는 현대오토에버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플랫폼의 선박 적용을 위한 실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