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북극 지역 원주민 공동체들이 극지 올림픽을 통해 수백 년 된 사냥법에서 유래한 스포츠 경기를 하며 전통 유지에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극지 특유의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BBC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북극 동계 올림픽의 또 다른 장애물 제거(Clearing another hurdle at the Arctic Winter Games)’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스칸디나비아 북부 사람들의 수백 년 된 사냥과 낚시 방법은 스포츠와 게임을 통해 전해졌으며 ‘북부의 올림픽(the Olympics of the North)’으로 알려진 북극 동계 올림픽이 이러한 관습을 이어가기 위해 2년마다 열린다”며 올해 대회는 3월 10일부터 16일까지 알래스카 앵커리지 근처에서 개최됐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의 운동선수들은 두 주먹 달리기인 ‘너클 홉(knuckle hop)’과 2인 손가락 줄다리기와 같은 경기에 참가했으며, 각 팀들은 이누이트 유픽 춤, 목청 노래와 같은 고대 의식을 보여주었다. 21세 이하 선수들은 하키, 스키, 탁구와 같은 일반 스포츠 종목에도 참가했다.
두 주먹으로 달리는 너클 홉 경기는 북극 지역에서 두 발로 서는 생명체는 북극곰과 인간 뿐이다 보니 사냥감들이 경계심을 갖고 도망치지 않도록 동물 가죽을 쓰고 바닥에 엎드려 손발로 달리던 사냥법에서 유래한 경기다.
1970년 미국 알래스카 서북 지역 옐로나이프에서 열린 제1회 북극 동계 올림픽 이후 지속돼온 이 대회는 코로나 이후 거의 전면 취소됐다 재개돼 북극 지역민들이 극단적인 여건, 고립 그리고 식민지화 속에서도 전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이들의 전통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큰 위험에 처해 있다. 북극이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4배나 빠르게 온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온화하게 변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씨는 지역민들의 생계와 전통을 위협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서부 알래스카는 연어 어획량 감소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2018년 북극 동계 올림픽 참가가 마지막이 된 개 썰매 경주 같은 북부의 야외 스포츠가 점차 사라졌다. 지구온난화는 순록 목축에서 파생된 썰매 점프와 같은 북극 스포츠의 기원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눈이 오지 않고 얼음이 녹으니 스피드 스케이팅, 스키 같은 겨울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노르웨이 롱이어빈의 스키 리조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인공 눈을 만들어야 했다.
기사는 덴마크 알보르 대학에서 북극 동계 올림픽의 사회적‧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톰센(Robert Thomsen) 부교수의 말을 빌어 “북극 올림픽을 유지하는 것은 집단의 사회 정체성을 유지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통문화와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BBC는 앞서 지난 2월 29일 북극 지역 기후변화의 영향을 다룬 또 다른 기사(How climate change is altering Sami language)에서 오랜 세월 극한의 북극 환경에 대처해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및 러시아의 극지방에서 살아온 원주민 사미족(族)이 전통적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 특유의 언어가 기후변화로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약 5만~10만명으로 추정되는 사미족들 사이에 사용되는 언어는 사미어(語), 북사미어, 우메사미어 등 다양한데 북극의 날씨 패턴을 관찰하고 낚시와 순록 목축을 하며 살아온 덕에 발달한 단어들이 독특하다. 예를 들어 사미어에는 눈을 뜻하는 단어가 300개 이상이며 다른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가 8개, 그리고 스스로 배회하는 순록을 묘사하는 6개의 다른 단어가 있다. 또한 ‘겁먹은 순록’을 나타내는 단어도 순록의 성별, 나이에 따라 여러 단어가 사용된다. 이들 모두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인류의 문화유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