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호석유화학은 서울 중구 시그니쳐 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23년도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안 등을 표결에 부첬다. 쟁점이 된 사안은 정관 변경과 신규 사외 이사 선임안이었다. 표결에는 의결권을 가진 주주 73.4%가 참석했다. 일괄 표결에서 다득표한 안을 채결하는 형식이다.
차파트너스는 주주 결의를 통해 이사회 결의 없이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건을 상정했으나 찬성 25.6%로 부결됐다. 변경을 전제로 상정된 자사주 완전 소각 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대신 금호석유화학 측에서 상정한 정관 변경안이 74.6% 찬성으로 채택됐다.
감사 위원으로 김경호 KB금융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건도 최도성 한동대 총장이 재신임되며 부결됐다. 표결에서 김경호 이사 후보는 찬성 23%, 최도성 후보는 찬성 76.1%를 얻었다. 이로써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2021~2022년에 두 차례 경영권 분쟁에 이어 세 차례 패배했다.
박 전 상무는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다.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 주주로 9.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박 전 상무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약 10%의 의결권을 바탕으로 이번 주주총회에 참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앞서 주주 결의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며 주주 제안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최 총장에 대해서도 이미 충분히 전문성이 확보된 상황이라며 박 전 상무 측과 갈등을 빚었다.
표 대결에 대해 이미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달 글로벌 의결권 양대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편을 들었다. 이어 한국ESG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금호 측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21일 9.27%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사전에 금호 측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편 현장에선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가 자사주 전량 소각 상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쌓아두고 처분하며 자금을 확보하는 건 세계 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 말하자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꼭 자사주 소각만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김 상무가 이사 후보 추천 사유를 설명할 때 "최도성 이사 후보가 전문가임에도 과거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 잘못 말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등 최 총장 측을 비판하자 백 대표가 발언을 제지하며 "후보를 설명해야지 다른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