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물산 사장으로 경영에 전격 복귀했다. 지난 2018년 12월 자리에서 물러난 지 약 6년 만이다. 과거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주도한 이 사장은 야심작으로 SPA 브랜드를 선보였으나, 수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리며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남긴 바 있다.
이 사장이 다시 일선에 복귀하면서 경영능력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건설, 상사, 리조트, 패션 등 4대 주요 사업부문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으며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글로벌 대외환경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능력 있는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이서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회공헌업무총괄 겸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둘째 딸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여동생이다.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해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삼성에 입사했다.
이후 2015년 9월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을 거쳐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자리에 앉았다.
2012년 출시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이 사장의 야심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비자를 8초 만에 매료시키겠다’라는 뜻의 이름부터 제품 디자인, 매장 콘셉트 전반에 관여하는 등 엄청난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의 부진으로 2014년 56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영업손실 89억원으로 돌아섰고, 매출도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줄었다. 2016년에는 영업손실 452억원을 내며 적자 폭이 늘었다. 에잇세컨즈는 정작 이 사장이 삼성물산을 떠난 후에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빈폴스포츠도 실적이 암울했다. 삼성물산은 2018년 빈폴아웃도어 브랜드명을 빈폴스포츠로 바꾸면서 인지도 높은 캐주얼 브랜드 빈폴을 스포츠웨어 영역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빈폴스포츠 브랜드를 정리했다.
결국 이 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삼성미술관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 사장의 이번 복귀는 패션사업 부문뿐만 아니라 건설과 상사·리조트·웰스토리 등 삼성물산 전 부문에 걸쳐 경영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재 건설과 상사, 리조트에는 각각 부문 사장이 있고, 패션부문은 부사장이 있는데 그 위에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이서현 사장이 보고를 받게 되는 구조다.
업계에선 이서현 사장의 복귀를 놓고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사실상 삼성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가 마무리됐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이 사장이 경영 복귀에 나섰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사실상 지주사로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재계는 이 사장이 능력 있는 경영자로서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데다 삼성물산 안팎 상황이 원만해지면서 경영복귀가 전격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실적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2년 기준 매출이 40조원을 넘었고,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13% 넘게 증가해 3조원에 육박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은 △2021년 10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022년 1800억원 △지난해 1940억원 등 지속 성장하고 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삼성물산이 맡고 있는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 사업 전반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이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았던 업무경험과 삼성의 문화사업·사회공헌 분야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물산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