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분야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으면서 빠른 실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운항 선박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 기술을 융합해 운항을 지능화·자율화한 선박이다.
정부는 ‘자율운항 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법률’ 시행 전 조속한 실증을 위해 자율운항 선박 분야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추진을 확정했다. 선박안전법·선박직원법·위치정보법 등 자율운항 선박 관련 규제에 대해 특례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산업부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를 지난 1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민관이 함께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실증할 방안이 논의됐다. 산업부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아비커스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박동일 제조산업정책관은 “자율운항 선박이 미래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 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합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산업부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도록 IMO 해사안전위원회(MSC) 협의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율운항 선박은 친환경 선박과 함께 미래 조선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는 2015년 544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30년 2541억달러(약 33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올해 초 자율운항선박법을 제정했지만, 상세 규정이 마련되는 내년까지 기업은 실증을 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개별적으로 국내외 기관들과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하이나스(HiNAS) 컨트롤’을 팬오션 운항선 씨상하이(SEA SANHAI)호에 설치해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자율운항 선박 관련 지원이 없던 것은 아니다. 산업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0년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 ’을 발족하고 2025년까지 1603억원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나섰다.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 원격제어로 운항이 가능한 IMO 기준 레벨3의 자율운항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소형 시험선 실증 작업을 진행했지만, 어디까지나 정부 차원에서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이 개발한 기술을 마음껏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율운항선박법 하위 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운전 가능 범위를 확대하거나 자율운항 단계별 시운전 신고 절차를 산업계에 적합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