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수십만 마리 벌이 날갯짓하는 소리로 가득 찬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서울농협본부 옥상. 서울농협본부는 이곳에서 도시양봉장 설치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꿀벌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도시 생태계 복원과 범농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에 설치한 벌통은 5개 군으로 20만 마리가 이곳에 살며 양질의 꿀을 생산해낸다. 이곳에 도시양봉장을 설치한 것은 주변에 올림픽공원, 성내천, 석촌호수와 같이 밀원수가 조성된 공원이 많아 꿀벌 서식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 농협측 설명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꿀벌 개체 수가 급감, 정상적인 화분매개 역할을 못하게 되자 최근 농업 단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기업들 사이에서도 도시양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2024년 도시양봉교육' 수강생 25명을 모집, 이달 23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궁동 양봉체험장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이 교육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여가 활동을 제공하고 도시농업 활성화에 기여코자 2021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양봉교육, 양봉체험교실로 수확한 1170만원 상당의 아카시아꿀 650병을 구로노인종합복지관, 온수어르신복지관, 구로푸드뱅크마켓에 기부하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도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도시농업관리사를 준비 중인 시민을 위한 도시농업관리사 육성 교육 대상으로 '도시농부학교'를 총 17회 운영한다. 도시농부학교 강좌에서는 텃밭 작물의 종류와 재배법, 허브 재배 등과 함께 도시 양봉을 교육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ESG 중 환경(E) 분야에 중점을 두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생물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꿀벌을 위한 서식 공간 조성 활동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22년 4월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옥상에는 꿀벌 12만 마리를 위한 도시양봉장을 조성하고 서울식물원 내 야생벌을 위한 비(Bee)호텔을 설치했다. 국민은행은 이어 성동구 서울숲, 서대문구청에도 K-Bee 도시양봉장을 열었다. 서울숲과 서대문구청 옥상에 조성한 도시양봉장에는 각각 꿀벌 약 12만 마리, 20만 마리가 살 수 있다.
한편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꿀벌 월동 피해가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한국양봉협회의 ‘월동봉군 소멸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올해 꿀벌 월동 피해율은 지난해(64.1%)보다 감소했으나 여전히 절반이 넘는 53.0%로 집계됐다. 꿀벌 폐사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곳은 양봉산업 뿐만이 아니다. 꿀벌은 화분매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 개체 수 감소는 과수·원예·화훼산업에서의 피해도 야기한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양봉산업이 농산물은 물론 국민 전체 먹거리 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