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14일 에너지·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긴급 점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에서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에너지, 공급망, 수출 등과 관련한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이란이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 사태의 추이와 국내 에너지·수출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회의에서 이란을 통해 수입하는 원유 수급 상황에 변화가 없는지 점검하고, 국내 수출 기업들의 해상 물류·운송 등에 차질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관계기관도 직접 혹은 화상회의 형식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다. 이 때문에 향후 전쟁의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원유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국제 유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인상 압력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제조업 전반의 생산 단가가 높아지면서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상황도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통로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확전으로 인해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운송 길이 막히면서 공급망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회의에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급 동향과 가격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이미 중동 사태가 악화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비상수급에 대비해 원유 등을 충분히 비축하는 등 대비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비상 체계를 가동하는 등 수출과 에너지 분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적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