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은 2일 기준 두바이유가 배럴 당 8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배럴 당 90달러를 돌파한 직후 한 달 만에 7.1%가 떨어졌다. 브렌트유도 배럴 당 91달러에 도달한 후 83달러까지 내려왔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 당 80달러 선이 무너지며 78달러에서 거래되는 중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줄어든 것에 주목했다. 미국으로 가지 못한 원유가 전 세계로 퍼지며 유가 하락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2022년 미국 원유 수입 물량 중 중동산 비율이 12%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중동산 비중이 최고치였던 1977년엔 27.8%를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이 중동산 원유 수입을 줄인 이유는 '셰일오일'을 채굴하며 수입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셰일오일은 모래와 암석이 뒤섞인 셰일층에서 채굴한 원유를 말한다. 전통적 방식으론 채굴이 어려웠으나 2010년 무렵 수직 파쇄법과 같은 신기술이 도입되며 대량 채굴이 가능해졌다.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처가 많아진 영향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외 국가들이 석유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미국·캐나다·브라질·가이아나의 공급 증가분이 OPEC의 감산분을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멀어진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금리를 5.25~5.5% 포인트로 동결했다. 금리가 인하되면 각종 설비 투자가 늘어나며 원유 수요가 급증한다. 그 때문에 금리는 국제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업계에선 이번 횡보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는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친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며 "2012년처럼 국제 유가가 100~120달러를 오가던 시대가 다시 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