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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시승기] 볼보 XC90 T8 리차지, 모범적인 아빠 같은 패밀리 SUV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4-06-18 06:00:00

안정적인 비율과 볼륨감으로 듬직한 외관

편안한 시트와 승차감, 장거리 여행에 '딱'

2.4t 무게에 실연비 12.9㎞/ℓ, 제로백 5.3초

볼보 XC90 T8 리차지 외관 사진성상영 기자
볼보 XC90 T8 리차지 외관 [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볼보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가운데 최상단에 있는 XC90이 강력한 성능과 뛰어난 연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국내 패밀리카 시장의 실력자로 떠올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모델인 'XC90 T8 리차지'는 여타 볼보 SUV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매력을 지녔다.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총 930㎞를 타본 XC90 T8 리차지는 '가족에겐 따뜻하면서 무엇이든 해내는 모범적인 아빠'의 느낌을 주는 듯 했다. 안락함과 거주성을 갖추면서도 상황에 따라 폭발적인 힘을 드러내 보이며 탑승자와 운전자 모두를 만족시켰다.
 
볼보 XC90 T8 리차지 외관 사진성상영 기자
볼보 XC90 T8 리차지 외관 [사진=성상영 기자]
이 차량의 기반인 XC90은 2015년 2세대 모델 출시 후 2019년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쳤을 뿐이지만 꾸준히 상품성이 개선되며 구매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추세에 맞춰 디젤 엔진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붙인 마일드 하이브리드(XC90 B6 MHEV)와 PHEV로만 판매되고 있다.

외관은 2세대 XC90이 1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는 점을 생각하면 구형 같아 보이지 않는다. 안정적인 비율과 적당한 볼륨감으로 상당히 듬직하게 느껴졌다.
 
볼보 XC90 T8 리차지 실내 사진성상영 기자
볼보 XC90 T8 리차지 실내 [사진=성상영 기자]
반면 실내는 시간의 흐름을 어쩌지 못한 듯 보였다. 운전대와 계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대시보드 구성에서 이 차의 원형이 10여년 전에 출시됐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안정감을 선호하는 보수적 소비자에게는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볼보차 특유의 '스웨덴 감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내·외관 모두 상당히 절제된 인상을 주지만 탑승자가 촉각으로 느끼는 부분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신체가 닿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돼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가죽 시트는 적당히 푹신해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했다.
 
볼보 XC90 T8 리차지 실내 사진성상영 기자
볼보 XC90 T8 리차지 실내 [사진=성상영 기자]
여기에 여유로운 공간, 볼보스럽지 않은 승차감이 더해져 타는 내내 안락했다. 볼보 SUV는 다른 브랜드 차량과 비교해 하체가 단단한 축에 속하는데 XC90 T8 리차지는 공기의 압력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해 훨씬 부드럽게 요철을 넘었다. 때에 따라서는 대형 버스를 탄 듯 출렁이는 느낌도 들었다.

XC90 T8 리차지가 형제 모델인 XC90 B6 MHEV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파워트레인(구동계)이다. MHEV는 전기로만 주행할 수 없고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역할만 하는 반면 PHEV는 긴 거리를 전기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XC90 T8 리차지는 18.8킬로와트시(㎾h)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 주행 거리가 53㎞에 이른다. 서울에서 경기 동탄신도시까지는 전기차처럼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볼보 XC90 T8 리차지 적재 공간 3열 좌석을 접은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볼보 XC90 T8 리차지 적재 공간. 3열 좌석을 접은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그러나 이는 여느 PHEV와 마찬가지로 '집밥'을 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완속 충전기가 갖춰지지 않은 대부분 주행 환경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다르지 않았다. 강제로 엔진을 구동해 달리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효율이 떨어졌다. 900㎞ 넘게 시승하는 동안 충전기를 물려놓은 시간은 30분 남짓이었고 거의 일반 하이브리드 SUV처럼 타고 다녔다.

충전 문제를 XC90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하이브리드 SUV로서 XC90 T8 리차지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2.4t에 육박하는 7인승 SUV의 실 주행 연비가 12.9㎞/ℓ라는 것만으로 이 차를 선택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다지 연비를 신경쓰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달린 결과다.
 
볼보 XC90 T8 리차지를 충전 중인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볼보 XC90 T8 리차지를 충전 중인 모습 [사진=성상영 기자]
넉넉한 토크(구동력)와 출력도 XC90 중에서 'T8 리차지'를 선택할 이유다. 제원상 이 차량이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단 5.3초에 불과하다. 가속 페달을 4분의3쯤 깊이로 밟자 '슈퍼맨' 같은 아빠의 면모가 드러났다. 이 차의 최대토크는 40.8㎏f·m, 최고출력은 462마력으로 317마력 엔진이 앞바퀴를, 145마력 모터가 뒷바퀴를 각각 굴린다.

패밀리카의 실력자답게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킬 감성·편의사양도 눈에 띄었다. 2열 가운데 좌석은 레버를 당겨 방석 부분을 한 층 올리면 어린 자녀를 위한 '키즈 시트'로 변신했다. 스피커 개수가 19개에 달하는 '바워스 앤 윌킨스' 음향 시스템은 음역대별 표현, 균형 모두 좋았다. 가격은 1억15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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