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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승 전 프로야구 선수 '23살 은퇴' 후 "좌절을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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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진 기자
2024-06-20 07:40:00

프로 향한 험난한 여정…2018년 '넥센 히어로즈' 입단

반복되는 부상에 야구 '포기' 후 도전 또 도전 혹 실패

인도에서 새로운 도전 "몰입 가치 알리는 메신저 될 것"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재승25 전 프로야구 선수가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고은서 기자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재승(25) 전 프로야구 선수가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고은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좌절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의 기운이 꺾임’과 ‘어떠한 계획이나 일 따위가 도중에 실패로 돌아감’ 두 가지다. 하던 일이 좌절됐다고 모두가 좌절을 맛보는 건 아니다. 나만의 무언가만 있다면 인생이 우리를 저버려도 상관없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재승(25) 전 프로야구 선수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구에서 좌절을 경험하면서 어차피 깨질 거 원하는 일에서 깨지자 싶었다”고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로 답을 대신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 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야구의 세계··· 땀, 눈물, 좌절

첫 몰입 대상은 야구였다. 중학교 1학년에 본격적인 야구의 세계로 들어갔다. 본격적인 세계란 야구만을 위한 세계를 말한다. 야구부가 있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하루 10시간 이상 야구장에서 훈련을 받고, 방학 때는 전지훈련을 갔다. 이 힘든 과정을 견딜 수 있던 건 야구를 할 때만큼은 ‘무아지경’이 될 정도로 즐거워서였다.

그러나 프로 선수를 향한 여정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팔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을 하게 됐고, 이후 기나긴 재활 치료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하루종일 쌀알 집는 동작을 반복했다. 공을 던지다가도 아프면 다시 쌀알 집는 동작으로 돌아갔다. 1년간 매일이 그랬다. 그는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려웠다고 했다.

2017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재활을 마치고 야구부에 복귀했다. 그는 “프로팀은커녕 대학 야구팀에 들어갈 성적도 안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그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기회가 왔다. 처음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시속 154km 공을 던져 자체 최고 구속 기록을 경신하고 7대1로 이긴 뒤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2018년 19살에 프로야구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이번엔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재활 치료에 들어갔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진통제 10알을 먹고 겨우 경기를 뛰었는데, 나중엔 걷기도 힘들었다”며 “2022년 23살 겨울 강원도 밤바다를 앞에 두고 야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 야구 이후의 삶··· 몰입, 또 몰입

야구의 세계를 나온 이재승 씨는 새로운 일에 곧바로 착수했다. 강원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으로 대출을 받아 카메라와 노트북을 샀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하루에 200명씩 인터뷰했다. 때때로 아무도 없는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눈을 뜨면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야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뒤 좌절이 두렵지 않게 됐다”고 확신했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향한 ‘아브락사스’는 옳고 그름이 뒤섞여 있는 세계다. 아브락사스에게 날아간 새는 자신이 전부라 믿던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이곳 아닌 저곳의 삶이 나쁘거나 틀리지 않다고 온몸으로 느낀다. 그 순간 실패나 좌절은 더 이상 두려움 혹은 수치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이후 재승 씨는 쇼핑몰 운영자면서 광고사 직원이고 사업가였다. 그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알게 됐고 마케팅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며 “레포트를 쓰는 개인과제였는데 직접 마케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운영한 실적을 제출했다”고 했다.

수강을 마친 뒤 곧바로 마케팅 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컨설팅사, 광고사 등을 거쳤다. 광고사를 다니면서는 야구 이후의 목표로 삼은 개인 사업을 병행했다. 재승 씨는 “광고사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 뒤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사업에 매진했다”며 “많이 깨지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승 씨는 지난 13일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인도 벵갈루루 대학 상업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 싶다는 생각에 인도 여행을 3주간 다녀왔다”며 “가능성을 발견한 뒤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했다. 대학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찾고 싶다며 새로운 몰입의 세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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