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상장지수펀드(ETF)는 여러 유망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적립식 투자를 하기에도 부담이 덜한 것 같아요."
직장인 심모씨(30)의 말이다. 심씨와 같이 최근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ETF는 국내 시장 규모가 최근 150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번에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분산 투자를 장점으로 삼아 금융시장에서 '혁신'을 불러온 것이다.
올해 4월 말부터 ETF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심씨는 현재 'TIGER 미국S&P500'와 'TIGER 미국 나스닥100'에 투자 중이다. 그는 "국내 증시는 불신하지만 미국 증시는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면서 국내 상장 ETF이지만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어서 투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 투자가 은행 금리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낸다고 판단했다"며 "ETF는 다양한 기업에 분산투자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ETF 상품 선택 이유를 덧붙였다.
실제로 ETF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엔 2차전지 급등세에 따른 2차전지 ETF에,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상품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I 대장주로 불리는 엔비디아가 지난주 시가총액 3조3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뉴욕증시에서 잠시 1위를 차지하자 이를 필두로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거래소에 상장된 ETF 순자산 총액은 150조6057억원이다. ETF 총액이 150조원을 돌파한 것은 2002년 국내 증시에 ETF가 출시된 지 22년 만이다. 지난해 6월 29일 순자산 100조원을 넘긴 지 불과 1년 만에 순자산이 50% 이상 늘어나며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상장 ETF 종목 수는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ETF 시장(1만728개)에서 8.1%(868개)를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한 ETF는 총 69개 종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개 종목 늘었다.
그러나 신규 종목 출시 속도에 비해 ETF 자산 규모는 성장하지 못해 글로벌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ETF 순자산 규모는 0.84%에 불과하다. 글로벌 ETF 시장 순자산 규모는 약 12조6000억 달러(약 1경7380조원)에 달한다.
이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산운용사 간 경쟁 격화로 국내 상장된 ETF 종목이 난립하고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심씨 역시 "ETF 종목이 많다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투자 종목이 난립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ETF 투자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모씨(26)도 이 같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최근 운용사들이 ETF 열풍에 힘 입어 유행 타는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한철 장사가 아닌, 자산 안전성을 고려해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 하루에만 3개 자산운용사에서 자사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AI테크TOP10'을, 신한자산운용은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및 'SOL 머니마켓액티브' 등을 상장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행에 따라 유사한 상품을 줄줄이 출시하는 관행이 실속 없는 ETF 상품 공급 과잉 결과를 낳았다"며 "이러한 관행이 지속될 경우 운용사 간 차별성이 사라지고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