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CEO를 바꾸기보다는 사업 재편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 나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최근 그룹 계열사 CEO를 더는 교체하지 않는 게 낫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선 관계자는 "최 회장이나 최 의장이 CEO 교체에 관한 지시나 언급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달부터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 위주로 CEO를 전격 경질했다. SK에코플랜트는 박경일 사장이 지난달 물러나고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선임됐다. 투자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박성하 사장이 해임되고 향후 이사회를 통해 새 CEO를 맞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자회사인 SK온에서도 부사장급 경영진이 직책을 내려놔야 했다.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OO)가 지난 19일 보직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미국 완성차 제조사 포드와 자동차 부품업체 한온시스템 등을 거친 성 COO는 지난해 8월 영입됐다가 10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됐다.
경영진이 줄줄이 교체되는 칼바람이 그룹 내에 불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각 계열사마다 임직원이 동요하는 등 어수선한 기류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에 불안감을 야기하기보다는 부실 사업 정리와 계열사 재정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판단이 인적 쇄신 속도 조절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경영전략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온 점도 CEO 교체 속도를 늦춘 요인으로 지목된다. SK그룹은 최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모인 가운데 이날부터 이틀간 경기 이천시 SKMS연구원에서 다양한 사업 재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