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노조는 산업은행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두 항공사 기업결합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화물기 운항 승무원 전원 사직,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고발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합병을 막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를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경영진과 접견을 시도했으나 어떠한 답도 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반대 의사를 EC와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 조종사 협회(ASAP)’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이라는 소규모 화물항공사를 선정한 것은 향후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을 독식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의 평균 기령은 26.6년인데, 에어인천의 사모펀드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 위원장도 양사 합병이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의 경쟁력을 크게 해치고, 대한항공이 궁긍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메가캐리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두 기업의 합병으로 국내 항공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운수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국익을 저해한다는 게 권 위원장의 주장이다.
권 위원장은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 자산으로 배분받기 위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1+1이 2가 돼야 본전인데도 1+1이 도로 1이 된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 하거나, 제3의 그룹 기업들로 다시 매각돼 성장하는 게 훨씬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노조는 아시아나항공에 도입돼야 할 A350 기체 2대가 대한항공에 넘어가 연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이 사라진 데 책임을 묻기 위해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구매한 A350 계열 항공기 33대 가운데 2대는 본래 아시아나항공에 먼저 도입돼야 했는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영업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대한항공에 우선권을 넘겨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합병을 막아내겠다"며 “조합원들은 에어인천에 강제로 고용 승계될 경우 사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은 “일반 노조와 조종사 노조가 연대해 노조 차원에서 한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다만 직원 전체의 목소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