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는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경협은 이날 논평을 내고 "상속세제의 전면적 개편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킴으로써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도 "저평가된 주식 시장의 활력 증진과 민생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경제계가 상속세 인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낸 것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난 2020년 무렵이다.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가 1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재용 회장 등 유족은 오는 2026년까지 상속세를 분납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최대주주 할증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상속세율이 최고 60%에 이른다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해 왔다. 한경협을 비롯한 경제단체는 이번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지난 5월부터 매달 1~2회씩 상속세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토론회를 개최하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경제계는 상속세제 개편으로 가업 승계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정부·여당이 애당초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낮추기로 했다가 40% 인하로 한 발 물러선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박용민 한경협 경제조사팀장은 "처음 내용보다 다소 후퇴했지만 일단 스타트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상속세가 아닌 자본이득세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을 몰아준다는 논란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번 세제개편을 '슈퍼 부자 감세'로 규정했다.
정부 세제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때를 전제로 참여연대가 추정한 상속세 감세액은 전체 감세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재개편안 시행 첫해인 2025년에만 2조4199억원의 상속세가 덜 걷히는 데 이어 매년 4조원 이상 상속세 수입 감소가 예상됐다. 오는 2029년까지 5년간 누적 감세 규모는 18조64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참여연대는 "지난 2년간 이뤄진 부자 감세로 이미 2028년까지 89조3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전망됐는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2029년까지 18조원 넘게 세수 감소가 추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부자 감세' 총액이 10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제계는 "꼭 부자 감세로만 볼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임동원 한경협 미래전략TF 책임연구위원은 "이재용 회장이 상속세를 아꼈다면 주식담보대출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배당을 무리하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반도체 투자는 더 많이 됐을 거고 고용이나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면서 주주나 근로자에 돌아가는 이익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상속세제가 개편되는 만큼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속세율 인하는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만 경제 활성화 효과는 불확실한 면도 있다"면서 "(부유층의) 자산 축적이 세금을 잘 내면서 합당하게 이뤄졌는지 고려하는 등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