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주장하는 이유는 KDDX 선도함 상세설계와 건조 과정에서 모든 부품을 100% 국산화하는 만큼 해외 방산 시장을 선점하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30일 배포한 ‘함정 기본설계-상세설계 및 건조, 분리 추진 타당’이란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에서 "함정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분리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경쟁입찰로 상세설계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더 나은 KDDX 사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그 근거로 최근 HD현대중공업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대형 해상시험선 상세설계와 건조 업체로 선정되면서 한 발언을 지목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는 한화오션이 시행했지만 ADD가 요구하는 개선 성능을 만족하지 못해 발주기관의 요청에 따라 경쟁입찰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건조까지 맡아야 한다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고 보고 있다.
현재 두 회사는 연말로 예정된 KDDX 상세설계 업체 선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이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기밀유출 혐의로 고발한 이후 양 사간 신경전은 격화됐다.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방위사업청이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이 KDDX 건조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린 이후 여론전도 치열해졌다.
현재 한화오션은 수의계약 방식이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응당한 처분은 이미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두 회사가 전례 없는 여론전을 벌이는 이유는 7조800억원이라는 계약 규모 때문 만은 아니다. 차기 KDDX 상세설계는 물론 첫 번째 함정의 건조를 맡게 될 경우 향후 수출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KDDX를 수주하면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기 때문에 자체 기술력을 증명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존에는 미국 시스템이 들어가다 보니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았는데, 100% 국산화라는 경험을 갖고 있으면 향후 방산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오션이 경쟁입찰을 주장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야 국가 방산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