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는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가 수도인 테헤란에서 암살 당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습 공격을 가한 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 내에서 항전을 펼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하니예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보복 공격을 지시하기도 했다.
중동 정세가 악화되자 국제유가는 일제히 치솟았다. 하니예 암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부 텍사스 경질유(WTI) 가격은 배럴(159ℓ) 당 77.91달러에 마감하며 전일 대비 3.18달러(4.26%) 상승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는 2.09달러(2.7%), 두바이유는 0.61달러(0.8%) 올랐다.
이란이 실제로 보복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초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을 공격한 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공습을 가했을 때도 WTI 가격은 일주일 사이에 3.2달러(3.8%) 상승했다.
국내에선 국제유가 인상에 따라 기름값 오름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의하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6월 넷째 주부터 7월 넷째 주까지 5주 연속 상승했다. 가격으로 치면 ℓ당 52.2원(3.5%)이 올랐다. 60ℓ 기준으로 3132원이 추가된 셈이다.
특히 이달 말을 기점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될 예정이라,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기준 20%, 경유 기준으로 30%다. 유류세가 완전히 환원될 경우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820원으로 현행 656원에서 164원 늘어난다. 60ℓ 당 9840원이 오르는 꼴이다.
다만 이번 하니예 암살 사건이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동 분쟁이 지속되더라도 과거 오일쇼크처럼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로 확대되진 못한다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장은 "중동 지역이 분쟁을 겪으면 국제 유가가 출렁이긴 하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과거에 비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줄어든 상황이라 에너지 위기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선 단기간에 당사국들 사이에서 평화 협상이나 휴전 협정이 체결될 징후는 보이지 않아, 적어도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진 강대강 대치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1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공동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안보·경제 합동 점검 회의'를 진행하며 국내 원유·가스 수급 상황에 영향이 없는 걸로 파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