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주인만 3번 바뀐 대한전선, 해저케이블로 '100년 기업'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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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 기자
2024-08-07 17:49:23

혼란기 길어지며 투자 기회 놓쳐

놓친 시간을 공격적 투자로 메워

세계시장서 경쟁력 갖출진 미지수

충남 당진에 위치한 대한전선 케이블 공장 전경사진대한전선
충남 당진에 위치한 대한전선 케이블 공장 전경[사진=대한전선]
[이코노믹데일리] 1955년 창립해 70년째 전선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인이 3번 바뀌며 놓쳤던 시간을 메우고 100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NH타워에서 금융·증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대한전선은 설명회에서 투자 계획을 알리며 해저케이블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 강조했다. 대한전선은 2027년까지 해저케이블 사업에 94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해저 케이블은 전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불린다. 주로 해상 풍력발전 단지의 내외부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쓰이며, 제조 가능한 업체가 적어 수익성이 높다.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해상풍력 발전에 힘입어 2022년 6조4000억원에서 2029년 29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선 기업이지만 해저케이블 분야에선 LS전선에 비해 후발 주자다. 두 회사의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 시점은 LS전선이 2008년, 대한전선이 2022년으로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대한전선이 혼란기를 거치며 투자 시기를 놓쳤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의 혼란기는 2004년 설원량 대한전선 2대 회장이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시작됐다. 설 회장 아들인 설윤석 사장이 경영권을 이으며 3대 경영을 시작했지만 리조트 사업과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회사가 부실화했다.

2009년엔 채권단의 압박으로 재무개선 조치가 이뤄졌고, 2013년엔 설 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며 주인이 채권단에게 넘어갔다. 이어 2015년에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돼 사업 구조조정을 거친 후 2021년 호반그룹이 지분 40%를 2518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 사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은 급성장했다.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은 4공장까지 늘어났고 LS전선은 세계 4대 해저케이블 제조 업체로 올라섰다. 매출 규모도 2009년 1조4462억원에서 지난해 6조2171억원으로 4.3배 늘었다. 같은 기간 대한전선의 매출은 2조2600억원에서 2조844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한전선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그간 놓쳤던 시간을 단축한다는 전략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2022년과 올해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총 9525억원을 조달하며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했다.

다만 대한전선이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해저케이블 사업을 진행할 땐 소수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초대장을 발송해 입찰 경쟁을 하는 등 시장 참여 난이도조차 높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아직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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