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한전선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대한전선이 LS전선의 강원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맡았던 가운종합건축사무소(가운건축)에게 자사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를 맡겨 기술을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가 있어서다. 수사를 맡은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달까지 가운건축 관계자만 입건해 조사했지만, 이번 압수수색으로 대한전선까지 수사 대상을 확대했다.
LS전선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대한전선의 입건 사실을 알리고 "공장 레이아웃은 해저케이블 제조를 위한 핵심 경쟁력이며, 이를 탈취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LS전선은 또 "해저케이블은 해상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부두에 옮기기 위한 공장 배치도가 제조에 있어 핵심 경쟁력이다. 이 때문에 대한전선이 가운건축에게 LS전선이 지불한 돈의 2배가 넘는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선도 같은 날 LS전선의 주장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공장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며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설계했다는 주장이다.
대한전선은 "공장 레이아웃은 부지의 형태와 크기, 부두의 위치 등을 고려해 만들기 때문에 핵심 기술일 수 없고 가운건축이 LS전선에게 얼마를 받았는지도 모른다"며 "대한전선은 수십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자체 기술력으로 해저케이블 공장을 설계했고, 국내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LS전선이 경쟁 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두 회사간 논쟁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대한전선이 LS전선의 공장 레이아웃을 도용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 1강 체제가 굳어질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대한전선은 대규모 손실이라는 위험 부담을 떠안은 채 공방을 벌여야 한다.
올초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에 약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에 2200억원을 투입했고 지난 3월엔 해저케이블을 설치할 수 있는 포설선을 약 510억원에 인수했다. 시정 조치가 나올 경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국내에서 케이블 설비 용역을 수행한 업체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공정한 입찰을 수행했다"며 "기술을 탈취하고자 하는 목적은 없었으며 진행 중인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