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를 시작으로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인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밝힌 건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 기아 '레이 EV'가 처음 출시된 지난 2011년 12월 이후 13년 만이다.
17일 현재까지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를 공개한 곳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비롯해 총 21개 브랜드다. 상용차를 제외하면 국내에 전기차를 판매 중인 모든 브랜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날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 웹사이트에 올라온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현황'을 보면 배터리 제조사가 공개된 차종은 총 69개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을 사용한 차종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를 포함해 43종(62.3%)이었다.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와 메르세데스-벤츠 EQE 등 17개 차종(24.6%)에는 CATL과 BYD·파라시스 같은 중국 업체의 배터리만 쓰였다.
일부 차종은 연식에 따라 국내와 중국 업체 배터리가 달리 장착됐다. 기아 레이 EV의 경우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된 모델에는 SK온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2023년 이후 생산된 차량에는 CATL 제품이 들어갔다. 현대차 코나는 1세대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가, 2세대 모델에는 CATL 제품이 사용됐다.
인천 EQE 화재 당시 불이 난 차량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파라시스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4매틱 △EQE 350+ △EQE 500 4매틱 SUV △EQS 350 △AMG EQE 53 4매틱+ 등 5종에도 탑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요타는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RZ450e'에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 솔루션즈(PPES) 배터리를 넣었다. PPES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합작한 회사다.
자동차리콜센터에 게시된 모델은 아니지만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에도 PPES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우스 PHEV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함께 구동하는 차량이지만 일반 전기차처럼 외부 충전기를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테슬라는 '모델 3'와 '모델 Y'에 일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CATL 배터리를 혼용했고 '모델 X'와 '모델 S'에는 파나소닉 배터리만 썼다.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모두 밝히면서 광범위하게 확산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진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는 최근 이슈(인천 전기차 화재)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갖는 거부감을 일부 덜어내는 시작이 될 것"이면서도 "화재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