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선별 수주'에 따라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자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입찰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합은 하자 책임의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고, 시공사별 품질 차이 가능성 등으로 2개 이상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컨소시엄'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 현장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시공사를 찾기 어려워지자 컨소시엄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7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최근 한화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북가좌동 80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26층 아파트 1407가구를 짓는 가재울7구역은 지난 5월부터 3차례에 걸친 입찰 공고에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자인 송파구 거여새마을 공공재개발사업도 지난 10일 주민총회를 통해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거여새마을 재개발사업은 송파구 거여동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12개 동 1678가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3.3㎡당 78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곳은 지난 2월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LH가 3월과 5월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된 끝에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사가 정해졌다.
강서구 방화3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조합도 기존 공고에서 금지했던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다음달 10일까지 재입찰에 들어간 상태다.
정비사업 조합들은 그동안 컨소시엄 방식을 선호하지 않았다. 하자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시공사별 품질 차이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 현장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자,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나섰다.
실제 강남 지역에 있는 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유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올해 강남권 재건축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올해 두 차례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대우건설 1곳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지난달 대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송파구 마천3구역 재개발 조합도 1차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자 최근 두 번째 현장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재입찰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곽뿐만 아니라 강남 지역에서도 유찰되는 사례가 나오자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정비사업지에서는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컨소시엄의 경우 입찰 과정에서 지나친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