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퇴직 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5000만원 주던 격려금을 3억원으로 올리겠다고 합니다. 2년 동안 월급을 받으면서 재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여러분이 50대 가장이라면 프로그램에 응하시겠습니까.
SK텔레콤에서 최근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감원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장기 근속 직원이 정년(만 60세)보다 빨리 회사를 떠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화했다는 얘깁니다.
마침 SK그룹 차원에서 강도 높은 '리밸런싱(사업 재편)'까지 진행 중이어서 SK텔레콤의 이번 조치로 인해 감원이 기정 사실로 굳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감원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퇴직 전 프로그램인 '넥스트 커리어'가 SK텔레콤에 도입된 때는 2019년인데, 5년이 지나면서 5000만원으로는 퇴직 후 삶을 대비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넥스트 커리어는 정년을 앞둔 직원의 인생 2막을 돕기 위한 복지"라며 "희망퇴직이란 말 자체가 사실과 안 맞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통신 업계 전체로 보면 퇴직 전 프로그램과 희망퇴직 사이에 연결 고리는 분명합니다. 퇴직 전 프로그램의 전제 자체가 정년 전 퇴직인 데다 실제 많은 기업이 해당 프로그램을 인위적 감원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감원을 했습니다. 퇴직 대상에 오른 직원에게는 프로그램 참여가 반강제로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KT에서 줄어든 인원만 1만명이 넘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보고서에는 올해 상반기 말 직원 수가 1만8617명이라고 나옵니다. 지난 2013년 말까지만 해도 KT 직원은 3만2000여명에 달했습니다.
LG유플러스에서도 희망퇴직이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직원을 잘 내보내지 않기로 알려졌는데 지난 2022년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이는 전신인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이 합병한 2010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LG유플러스는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퇴직 전 프로그램은 '인생 2막 지원'이나 '재도약 지원'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희망퇴직을 통한 기업의 비용 절감이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직·고용 서비스업을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퇴직 전 프로그램을 '양날의 검'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프로그램 도입을 문의하는 기업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