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1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취득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린다고 정정공시했다. 취득예정주식도 기존 320만9009주(15.5%)에서 362만3075주(17.5%)로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난 9일 추가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MBK 측의 공개매수가 83만원 보다 6만원 높다.
고려아연의 결정을 두고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의 피해'를 우려했다. 이 회장은 "회사가 자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최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에게 이득이 골고루 가도록 해야 하는데 이 상황은 경영권 방어 만을 위해 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소각이라는 것은 모든 이사회가 동의를 해야 한다. 이사들이 모든 주주의 이익을 지켜주는 방안을 고려해 선택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전략적 관점에서 공개매수 금액 인상을 바라봤다.
황 교수는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의 경영권을 잃지 않으려는 선택이기에 최선"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취득 기간은 오는 23일까지이며 취득예정금액은 3조2245억3675만원이다. 기존 공개매수가 83만원 당시보다 6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유통 물량 등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영풍·MBK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저희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3만원 그 이상의 가격경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개매수가를 올린 고려아연의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존경하는 주주분들의 현명한 결정을 소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