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9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왔던 '레전드 드림팀'이 현실이 됐다. 발롱도르 수상자만 6명이 참가한 '2024 넥슨 아이콘 매치'가 화려한 막을 올린 것이다.
이날 경기장은 이벤트 매치임에도 현역 시절 유니폼을 착용한 팬들로 가득 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빨간 유니폼부터 첼시의 파란 유니폼, 바르셀로나의 블라우그라나 유니폼까지. 팬들은 자신이 응원했던 선수들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았다.
이벤트 매치 시작과 동시에 양 팀 선수들이 차례로 소개되자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의 전설 티에리 앙리와 디디에 드로그바, 에당 아자르가 등장하자 관중석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수들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했고 일부 선수들은 직접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 팬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이벤트 매치는 1대1 대결, 파워 대결, 슈팅 대결 순으로 이어졌다. 첫 경기였던 1대1 대결에서는 한국의 레전드 이천수가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FC 스피어'에 첫 승점을 안겼다. 이어진 파워 대결에서는 '미드필드의 지배자' 야야 투레가 강력한 슈팅으로 보드 7장을 깨뜨리는 진기록을 세우며 '실드 유나이티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슈팅 대결에서는 에당 아자르의 화려한 드리블쇼가 펼쳐져 관중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현역 시절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매직'을 선보였던 아자르는 여전한 발재간을 과시하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번 대회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FC온라인 이벤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선예매에서는 1만6천 석이 단 10분 만에 완판됐고 일반 예매에서도 4만8천 석이 1시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오는 20일 열리는 본 경기는 더욱 화려한 라인업으로 진행된다. 공격수팀 'FC스피어'에는 카카, 루이스 피구, 안드리 셰브첸코, 마이클 오언, 히바우두 등 발롱도르 수상자 5명이 포진했다. 여기에 '판타지스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와 '크랙' 에당 아자르, '자블라니 마스터' 디에고 포를란까지 가세해 최강의 공격진을 구축했다.
수비수팀 '실드 유나이티드'는 유일한 수비수 발롱도르 수상자인 파비오 칸나바로가 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철벽 수비' 콤비였던 퍼디난드-비디치가 재결합하고 바르셀로나 전성기를 이끈 카를레스 푸욜-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출전을 확정했다. 여기에 '박스 투 박스의 대명사' 야야 투레와 '마에스트로' 안드레아 피를로까지 가세해 중원의 균형을 맞췄다.
경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는 선수들 간의 진한 우정과 존경심이 교차했다. FC스피어의 감독을 맡은 티에리 앙리는 "이번 경기는 승부에 집착하기보다는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팬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 자리를 마련해준 넥슨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실드 유나이티드의 주장 리오 퍼디난드는 현역 시절을 회상하며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네마냐 비디치와 함께 수비를 구축하며 앙리와 드로그바를 상대했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그들을 막는 것은 정말 악몽 같은 경험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FC스피어의 주장을 맡은 드로그바도 "칸나바로와 퍼디난드는 내 선수 생활 중 가장 까다로웠던 수비수들"이라며 "그들과의 대결을 통해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존경을 표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드로그바는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설렌다"며 "한국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포르투갈의 레전드 루이스 피구는 경기 후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과 인사를 나눴고 특히 자신의 바르셀로나 시절 유니폼을 든 한 팬을 발견하고는 직접 사인을 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실드 유나이티드의 감독 파비오 칸나바로는 "넥슨이 준비한 이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얻고 나아가 기부를 통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팬들이 모두 즐거운 추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앙리 감독도 "경기 후 승리팀의 이름으로 기부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축구를 통해 팬들과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평소에는 승부욕이 강하지만 이번만큼은 승리보다는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간단한 전술 훈련으로 다음 날 있을 본 경기를 준비했다. 팬들은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고 선수들은 끝까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