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와 안랩, 넥슨 등 판교에 있는 기업들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폐지한 상태다.
그 대신 IT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집중 근무 시간대로 정해두고 이외 시간에 출근 또는 퇴근하는 식이다. 판교의 한 IT 기업에 다니는 A씨는 "퇴근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아침에 여유 있는 게 좋아 '텐 투 세븐(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출근이 일상화하면서 직장인들의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일대에서 만난 직장인 상당수는 재택근무 폐지를 아쉬워하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생각하면 출근하는 편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B씨는 "팀원들과 소통할 일이 많아 재택근무가 오히려 불편한 점도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 직군의 C씨는 "솔직히 집에서 일하면 집중이 잘 안 될 때가 많다"며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일하거나, 아무래도 딴짓도 많이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재택근무를 기업의 복지로 생각하며 근무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재택근무제 부활 여부를 놓고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는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재택근무를 사실상 전면 폐지했는데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회사가 위기 상황이지만 이와는 별개로 복지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회사 측과 근무제 개편안 등을 논의했지만 지난 8월 말 결렬을 선언했다. 다만 카카오 노조는 교섭 결렬 이유와 관련해 재택근무 부활이 핵심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공식적으로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판교 인근 정자동에 본사를 둔 네이버는 임직원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내년에도 시행하기로 했다. 직원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 역시 사무실 출근 때보다 개선됐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