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이날 반보조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품에 대해 5년간 확정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인상된 관세는 현지시간 30일 0시부터 적용됐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기존 일반 관세율은 10%인데 업체별 혹은 EU 조사 협조 여부 차등에 따라 7.8∼35.3%p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 관세율은 17.8∼45.3%가 된다.
그 동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협상이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양측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일단은 높은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측은 관세를 내지 않는 대신 '판매가격 하한선'을 정해 수출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관세 조치가 시행된 이유는 최근 EU시장에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침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 28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내 대표적인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내 공장 3곳을 폐쇄하고 임금 10%를 삭감하는 초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놓고 노조와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독일 내 공장 최소 2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노사협의회에서 중국산 전기차 공세를 "불길 같다"고 표현했다.
폭스바겐이 공장 문을 닫게 된 결정적인 이유 역시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유럽 시장 잠식이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연간 영업이익 마진율 전망치를 기존 6.5%에서 5.6%로 낮춰 잡았다. 올 초만 해도 이 수치는 7%에 달했지만, 이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공세 등 악영향을 받으며 전망치를 계속 떨어뜨렸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폭스바겐 뿐 아니라 유럽 내 완성차 기업들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폭탄 관세를 매기거나 우리나라처럼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법 외엔 커다란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