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6일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한다”며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차종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기차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당월 미국 판매량은 14만76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높은 실적을 올렸다. 이중 하이브리드 차종의 전체 판매량은 2만1679대로 지난해 동기대비 64.9% 증가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는 자동차·자동차부품 EBSI가 130.7로 수출 경기가 상당폭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EBSI가 100보다 높을수록 다음 분기 수출이 좋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배터리 업계 전망은 정반대다.
이차전지를 포함한 전기·전자제품은 EBSI 100을 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전자제품 EBSI는 85.3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영향으로 수입규제·통상마찰 부담이 가중돼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경제ㆍ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이차전지 수출은 전기차 성장세 둔화로 올해보다 6.7% 감소할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이에 따라 IRA 축소 정책 실행으로 세제 지원이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와 협상해 줄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국내외 투자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업들 스스로 플랜을 짜고 있어 대응 한계가 있다”면서도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사업을 진출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을 통해 중국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나 미래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발굴해 반걸음 앞서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시장의 침체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전기차 고급모델을 살 사람들은 이미 다 샀기 때문에 수요가 줄었다. 저가 모델은 배터리 단가가 낮으므로 감소한 것도 있다”며 잠깐 쉬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권 레임덕 들어가면 다시 배터리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면서도 “그전까지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R&D가 전 세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