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4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2021년 316조원에서 2022년 326조원으로 잠시 반등했지만, 2023년에는 다시 305조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303조원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기술금융 평가건수 역시 2021년 39만8000건에서 지난해 27만6000건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3월 기준 134조6462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139조2931억원보다 3.3%(4조6469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를 완화하고, 외환포지션과 관련한 위험가중자산 산출 시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제외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실물경제를 지원하고 금융시장을 안정화한다는 명목으로 이러한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했지만, 은행들은 이를 실물경제 지원이 아닌 자체 이익 관리를 위한 자본비율 개선에만 활용한 셈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 역시 올해 3월 말 540조7312억원으로 지난해 말 542조91억원보다 0.24%(1조2779억원)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대출 축소 이유로 연체율 상승을 꼽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방어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로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를 이유로 금융지원 문턱을 높이면서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설립 목적에 맞게 중소기업 지원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은행의 올해 3월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20조948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38%(5조482억원) 증가했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부산은행 역시 지난해 말 7조9207억원에서 올해 3월 8조1640억원으로 3.07%(2433억원) 증가하는 등 일부 지방은행도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적극적 지원 행보로 기업은행과 부산은행은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실적 평가에서 각각 대형 부문과 소형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대출 공급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은행은 신규 차주 발굴과 우대금리 제공 등 전반적인 지원 역량을 높였고, 부산은행은 기술평가모형을 활용한 투자 확대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이 원활히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과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주요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중소기업 지원 책임은 외면하고 자체 이익 극대화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연체율 증가를 이유로 중소기업 지원을 축소하면서 정작 정부의 규제 완화 혜택만 누리고 있다"며 "결국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