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곁에는 부인 김혜경 여사의 묵묵한 '조용한 내조'가 있었다. 김 여사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물밑에서 조용한 지원 활동을 펼치며 이 후보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 김혜경 여사를 향한 절절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1991년 소개팅으로 만나 7개월 만에 결혼한 두 사람은 올해로 35년째를 맞았다.
이 후보가 인권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하던 초기, 김 여사는 남편의 정치권 진출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편이 성남시장으로서 지역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점차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여사의 역할은 이 후보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2017년 첫 대선 경선 도전 당시 지방 일정을 함께 소화했고 대선 이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에 휘말리며 큰 시련을 겪었다. 해당 계정이 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 관련 의혹 등을 제기하며 김 여사가 계정 운영자로 지목된 것이다. 김 여사는 같은 해 11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 사건으로 일부 지지층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이후 김 여사는 한동안 대외활동을 자제했으나 이 후보가 2021년 대선 재도전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7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장인상 빈소에 이 후보를 대신해 조문했고 매주 호남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이 후보의 빈자리를 채웠다. 언론 인터뷰, 간담회, 사찰 방문 등 다양한 일정도 홀로 소화하며 밀착형 내조를 펼쳤다.
그러나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공무원 과잉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여사는 사실상 공개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한 뒤로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유세 현장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으며 철저한 잠행을 이어갔다.
이러한 '조용한 행보'는 이번 대선까지 이어졌다. 김 여사는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는 대신 비공개 일정을 중심으로 물밑 지원에 집중했다. 특히 경선 시기부터 홀로 지방의 사찰과 교회 등을 방문하며 종교계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비공개로 호남 지역에서 배식 봉사를 진행했고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전남 목포, 한센인 거주지인 전남 고흥 소록도를 방문하는 등 소외된 이웃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김 여사는 소록도 방문 당시 한센인들을 만나 "용기와 사랑을 기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표 역시 이 후보와 동행하지 않고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통해 한 표를 행사하며 '조용한 내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