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네이버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전략 무기를 꺼내 들었다. 기존의 사진 중심 소셜미디어(SNS)와 결이 다른, 개인의 취향과 기록에 집중한 신규 플랫폼 ‘싱스북(ThingsBook)’을 연내 출시한다. 이는 국내 성공 모델을 해외로 이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북미 이용자를 겨냥해 설계한 첫 서비스라는 점에서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2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미국 자회사 유허브는 이용자생성콘텐츠(UGC) 플랫폼인 싱스북의 북미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싱스북은 스스로를 "화려한 사진과 팔로워 수에 초점을 맞춘 기존 SNS와 다르다"고 정의한다.
대신 영화 감상, 독서, 바이닐 수집 등 이용자가 좋아하는 물건이나 경험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수집하고 블로그처럼 기록하며 공유하는 ‘취향 기반’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구축한 ‘네이버 블로그’의 성공 DNA를 북미 시장에 맞게 재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자가 기록한 콘텐츠를 책꽂이나 DVD 케이스처럼 시각화하는 독특한 인터페이스(UI)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싱스북의 등장은 올해 초 경영에 복귀한 이해진 창업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의장은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투자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는 등 북미 시장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그는 구글 등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네이버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로 ‘UGC’를 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고 승부하고 싶은 부분은 결국 데이터 싸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싱스북은 단순한 SNS를 넘어, 네이버의 미래 AI 전략을 위한 핵심 데이터 확보 창구라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네이버가 블로그, 카페 등 국내에서 축적한 방대한 UGC를 AI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하는 것처럼, 싱스북을 통해 북미 이용자들이 생성하는 양질의 현지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네이버의 AI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다.
또한 북미 시장에는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와 인수한 C2C 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 등 네이버의 기존 자산이 포진해 있어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예를 들어, 싱스북에서 특정 패션 아이템이나 웹툰에 대한 취향을 기록한 이용자를 자연스럽게 포시마크나 웹툰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식의 사업 모델 확장이 가능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국에서 신규 UGC 플랫폼을 준비 중인 것은 맞지만, 출시 시기나 상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