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포스코이앤씨가 산업안전 강화를 위해 전국 모든 시공 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최근 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 차원으로, 회사는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하반기 예정된 정비사업 수주 일정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안전 기반의 지속가능 경영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9일부터 전국 모든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외부 기관 및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점검에 착수했다. 단순한 현장 관리가 아닌, 산업안전 기준 자체를 새롭게 설정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결정은 지난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법률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한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고용노동부도 포스코이앤씨의 전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 감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총 4건의 현장 사망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을 시작으로 △4월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 터널 붕괴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 △7월 함양~창녕 고속도로 공사 사고까지, 각기 다른 유형의 사고가 이어졌다. 회사는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함께, 시스템 수준의 안전 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이러한 대응은 포스코이앤씨가 단순히 ‘시공사’의 역할을 넘어, ‘책임 있는 사업자’로서 신뢰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고 수습과 안전관리 체계 혁신이 최우선 과제이며, 산업안전 분야에서 기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사업에서 5조원이 넘는 수주고를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건축사업 매출 비중도 1년 전 48.9%에서 올해 3월 기준 61.8%로 크게 확대됐다. ‘더샵’과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며 수주전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4월 광명 사고 직후 진행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는 ‘오티에르용산’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파격적인 금융·공기 조건을 제시하고도 조합원 표심을 얻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조합 측에서는 사고 여파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서울 강남 개포우성4차, 송파 한양2차,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등 하반기 주요 정비사업 참여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특히 개포우성4차는 경쟁사 일부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돼, 포스코이앤씨로서는 사업 수주를 통한 반등 기회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 현장 공사 중단 결정을 ‘고통을 동반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실적보다 사회적 신뢰 회복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처럼 그룹 차원의 전면 수주 중단 조치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우리는 위기를 계기로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책임 있는 기업으로 다시 출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