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데일리]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사고 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건설사 부도와 파산이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25일 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분양(사용검사 전 임대 포함) 보증사고’ 금액은 총 1조1558억 원에 달했다. 이 중 주채무자의 부도·파산·사업 포기와 시공사 부도·파산으로 발생한 사고 금액이 1조887억 원(9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용검사 전에 공사가 멈추는 ‘사용검사 전 보증사고’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건설사 부도나 폐업으로 인한 보증사고 금액이 1조 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HUG는 주택사업자가 분양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자에게 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하거나 분양을 대신 이행하는 보증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여파와 분양 부진으로 건설사가 잇따라 무너지고 있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폐업 신고를 한 종합 건설사는 43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6곳)보다 10.4% 증가했다. 대부분은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들이다. 상반기에는 대흥건설, 대저건설, 홍성건설, 삼정이앤시·삼정기업, 영무토건 등 지역 대표 건설사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업계 전반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HUG의 재무 상황도 악화일로다. 2021년 49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전세사기 사태가 터진 2022년 2428억 원의 영업 손실로 전환된 데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3년에는 3조9962억 원으로 적자 폭이 크게 불어났고 지난해에도 2조1924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어 분양 보증 사고와 HUG의 재정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