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빅2 주요 철강사 포스코와 동국제강 포항 공장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차를 맞은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오전 9시께 정비 작업 중이던 외주 근로자들이 유해기체를 흡입해 50대 근로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지난달 22일에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외주·하청 구조, 반복되는 '안전 사각지대'
두 사고 모두 하청·외주 근로자가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현장에서는 "법 시행 이후에도 원청 중심의 서류 관리형 대응만 강화됐을 뿐 실질적인 현장 안전 관리 체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형식적 대응이 되레 현장 부담을 키우고 사고 발생 시 하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대한산업안전협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 조직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지만 여전히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는 현장 통제가 쉽지 않다"며 "서류나 점검 중심 관리가 반복되면서 실질적인 위험 요소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미래전환엔 수조원…안전 투자는 제자리
철강업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수소환원제철·AI 자동화·친환경 설비 등 미래 전환 투자에 수조원을 투입해 속도를 내고 있으나, 근로자 안전 투자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포스코는 2030년까지 약 20조원을 들여 탄소중립 공정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며, 동국제강 역시 고부가 철강·친환경 제강 공정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흐름 속에서 근로자 안전관리 예산과 시스템 개선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 산업단지 노후 설비와 밀집된 공정 구조, 높은 하청 비중은 반복되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 제조 과정 특성상 고열·가스·중량물 등 위험 요소가 상존하지만 외주 인력이 주로 투입되는 보수·정비·운반 분야에서 안전 교육과 보호 장비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만 있고 현장은 그대로…구조적 한계 여전
노동계는 기업의 'ESG 경영' 기조가 실질적 안전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ESG 핵심은 안전이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재해 발생 시 대응에 머물러 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기업들은 실질적인 현장 개선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보고 체계 강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 예산을 늘리고 각종 시스템을 강화해도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해 완전한 예측이 어렵다"며 "결국 현장의 경각심과 자율적인 안전 문화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현장 안전 인력 확대와 권한 이양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법 제정 이후 기업 내 안전 조직은 늘었지만 하청 구조의 외주화 위험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라며 "원청이 직접 통제하는 실질적 안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각각 사고 직후 전사적 안전점검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 점검으로는 반복되는 현장 사망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안전문화 개선과 함께 하청·외주 구조의 위험 분산 체계를 손 보지 않으면 법만 있고 현장은 바뀌지 않는 명목상 제도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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