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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훈의 人더스트리] 중국 시장이 답이다
한국 산업의 10대 수출 주력 업종이 모두 5년 뒤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충격적인 결과다. 철강·디스플레이만이 아니다. 반도체·전기전자·선박 등 우리가 ‘전통적 강자’라고 믿어온 분야까지 중국이 한국을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중국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해답은 역설적으로 분명하다. 중국 시장을 다시 읽고, 그 속에서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은 결국 중국을 이해할 때 풀린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1000대 기업 중 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강·일반기계·이차전지·디스플레이·자동차 및 부품 등 5개 업종은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전기전자·선박·석유화학·바이오헬스는 현재 한국 우위지만, 2030년이 되면 이들 분야마저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현장에서 나왔다. 응답 기업의 62.5%는 올해 한국의 1순위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을 꼽았고, 2030년에는 68.5%로 더 높아졌다. 기업들은 한국의 경쟁력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중국의 현재 수준을 102.2로 평가했다. 2030년 전망치는 112.3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112.9)까지 접근한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단순한 설문 결과가 아니다.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 그리고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제조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더 심각한 신호는 브랜드 경쟁력이다. 그동안 한국은 기술과 품질뿐 아니라 ‘K’로 대표되는 독자 브랜드 가치로 차별화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중국의 브랜드 경쟁력이 2030년이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가격경쟁력(130.7→130.8), 생산성(120.8→123.8), 정부 지원(112.6→115.1), 전문인력(102.0→112.4), 핵심기술(101.8→111.4)뿐 아니라 브랜드(96.7→106.5)까지 모두 추월한다는 전망이다. 이미 중국은 ‘싼 제품’에서 ‘좋은 제품’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브랜드마저 추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다.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려면 ‘중국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을 경쟁국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술이 산업화되는 곳이 중국이며, 대규모 내수와 공급망이 결합된 이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 위협이자 동시에 기회다. 삼성·SK·현대차·LG 등이 최근 800조원에 달하는 '통큰' 투자를 국내에 단행하기로 한 것은 단순히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조치가 아니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반도체 HBM, 전고체 배터리, AI 데이터센터, 로봇 등 차세대 산업에서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의 추격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전문가들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KAIST 유회준 교수는 “기술을 산업화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양적·질적 투자가 초격차 유지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제조·기술·정책이 일체화된 거대한 산업 플랫폼이다. 정부 지원 점수(112.6→115.1)가 상징하듯 정책적 속도가 다르고, 기술 채택과 상업화의 스케일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중국을 외면하면 결국 세계 시장을 일부 포기하는 결과가 된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패는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세계 최대의 산업 실험장으로 활용할 것인가. 중국 시장과의 전략적 결합은 한국 제조업이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는 더 깊이 더 정교하게 중국 시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 시장을 외면하면서 중국을 이기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제조업의 다음 10년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 중국 시장이 답이다. 문제는 그 답을 우리 방식으로 다시 쓰는 용기와 전략이다.
2025-11-18 1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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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정론직필] UAE, 한국의 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 진출 '전략 허브'로 삼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UAE 방문은 단순한 정상외교가 아니다. 이는 한국이 글로벌 전략 지형을 재정립하고 중동·아프리카·서남아시아 및 유럽으로의 산업·외교·방산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UAE는 이제 단순한 중동 국가가 아니다. 한국의 전략적 교두부(hub)로서 다층적 글로벌 진출의 핵심 거점이 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산업과 기술, 방산과 에너지, 인프라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과 파트너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기존 선진국 시장의 성장 둔화, 기술 경쟁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한국 기업들은 새롭고 안정적인 해외 거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UAE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인 파트너다. 중동 전략의 핵심 관문 UAE는 걸프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 금융과 물류, 첨단기술, 방산 분야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한국 기업이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 주변국으로 진출할 때 중심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최적이다. 또한 UAE는 중동 국가들과의 경제·정치적 연계를 통한 시장 접근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한 외교적 방문이나 계약 체결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중동 전역 진출을 전략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UAE는 에너지 전환, 수소경제, 스마트시티, 인프라 건설 등 한국의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 대규모 투자와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신산업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려면 UAE를 중심으로 한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UAE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산업 협력과 공동 투자 파트너로서 기능할 수 있다. 아프리카 진출의 ‘전진기지’ UAE는 아프리카 시장으로 향하는 중요한 교두부다.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등 주요 아프리카 국가들은 UAE를 물류·금융의 중심 허브로 활용한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인프라, 에너지, 광물, 정보통신 분야에 진출하려면 UAE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특히 UAE를 통한 금융·물류 연결망은 아프리카 각국과 안정적 계약 체결과 사업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진출’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해 UAE를 전진기지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UAE를 경유한 접근 전략은 한국 기업이 단기적 시장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이다. 서남아시아 시장의 관문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는 인구 20억 명 이상의 거대 시장이다. 이 지역은 세계 경제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기업에게도 미래 성장의 핵심 무대다. 그러나 직접 진출은 시장 규모와 문화·정책 차이로 인해 복잡하다. UAE에는 이미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와 전문인력이 대규모로 거주하며 금융·무역·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이 이 지역에 효과적으로 진출하려면 UAE를 통한 전략적 네트워크 활용이 필수다. UAE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인적·금융·물류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유럽 방산·에너지 협력의 실질적 기지 UAE는 유럽과의 방산 및 에너지 협력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산 방산 장비와 기술은 이미 중동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UAE는 이러한 기술력을 유럽과 연결하는 통로이자 공동 생산 및 기술협력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하다. 또한 UAE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스마트시티, 수소경제 전략은 한국 기업이 유럽 및 중동 시장에서 동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된다. UAE를 전략 허브로 활용하는 한국의 과제 한국 외교와 기업 전략의 한계는 신흥시장 진출 전략의 단절에서 나타났다. 중동, 아프리카, 서남아시아를 개별 대응하며 장기적 통합 전략이 부족했다. 그러나 UAE는 이러한 지역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적 중심축이다. 정부와 기업은 UAE를 기반으로 중동–아프리카–유럽–서남아시아를 연계하는 구조적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방산·에너지·외교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UAE를 거점으로 청년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UAE는 단순한 기회의 땅이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 확장을 여는 열쇠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UAE를 신시장 진출과 산업·방산 경쟁력 강화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아야 한다. 국익과 기업 경쟁력, 외교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은 이제 명확하다. UAE를 중심으로 한 지역 전략 허브 구축이 대한민국 선진화와 글로벌 도약의 출발점임을 정부와 기업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2025-11-18 09: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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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정론직필] '황제(後)경영'의 끝장: 이호진 일가, 이제는 책임으로 갚아라
태광(태광산업)과 이호진 전 회장 일가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오너의 일탈’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면서 오너 일가의 자금 흐름과 지배구조 운영 방식이 본격적으로 검증대 위에 올라왔다. 의혹의 내용은 하나같이 무겁다.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한 대규모 교환사채(EB) 추진, 계열사를 동원한 일방적 거래·강매 의혹 그리고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단순한 경영 실책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저버린 범죄적 회계·지배구조 관행이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재벌가 2·3세’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해 왔다.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공적 책임을 지는 것이 현대적 기업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광의 최근 행보는 이 원칙을 무시하고 오히려 ‘사적 이익의 극대화’ 전략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표적 사례는 보유자사주 24% 이상을 묶어 3천억 원대 EB를 발행하려 했던 시도다. 표면적 명분은 인수·신사업 투자였지만 실제로는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열·투자회사로 자금이 흘러들어가 지배력 강화나 승계구조 조정에 쓰일 것이라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시장과 소액주주, 시민단체의 우려는 당연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계열사 동원’과 ‘내부 거래’ 의혹이다. 일부 보도와 고발장에 따르면 특정 계열사가 오너가 운영하는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하도록 압박하는 식의 거래가 있었고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도 회사에 불이익을 준 정황이 제기됐다. 이러한 행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승계 준비’가 아니라 주주와 구성원, 나아가 소비자·시장의 권리를 침해한 사익편취다. 이는 법·제도적 규제의 필요성을 넘어 기업 윤리 차원에서 즉각적 책임 추궁을 요한다. 국세청의 전격적 세무조사는 우발적 해프닝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비정기 세무조사는 자금흐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이뤄진다. 이번 조사로 드러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신고 누락이나 착오를 넘어 오너 일가의 자금 이동과 편법적 지배구조 운영 실체일 가능성이 높다. 그 파장은 태광산업뿐 아니라 유사한 방식으로 승계를 시도해온 다른 재벌군에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이제 국민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첫째, 투명한 수사와 철저한 책임 규명이다.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면 형사적·민사적 책임을 가릴 것은 물론 그에 상응하는 경영·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 둘째, 오너 일가의 즉각적 경영 책임 회피 중단과 공개적 해명이다. 회계·자금 사용 내역, 관련 거래의 정당성, 가족·계열사 간 거래의 구체적 근거를 공개하라. 셋째, 기업의 거버넌스 혁신이다. 독립적 사외이사 강화, 내부·외부 감사 기능의 실질적 권한 확보, 자사주 활용에 대한 엄격한 보호 장치 등으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호진 일가에게 던지는 말은 단순하다. “과거의 영광으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기회다. 형사적·행정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경영 복귀’와 ‘승계 완성’을 논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과거 칭송받던 공헌이 있다면 그 공헌은 법과 윤리를 통해 다시 입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태광이라는 이름 역시 ‘특권의 대명사’로 역사에 기록될 뿐이다. 권력과 재물을 물려받은 자는 권리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진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재벌 2·3세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지금 당장 투명성과 책임으로 응답하라. 그렇지 않다면 법과 시장 그리고 역사 앞에서 그 대가는 냉혹할 것이다.
2025-11-18 09: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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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의 정론직필] 파업하는 의사, 줄사표 던지는 검사… 책임은 없고 권한만 챙기는 '엘리트의 일탈'
최근 의료대란에 이어 검찰에서까지 검사장들의 줄사표 사태가 벌어지며 우리 사회의 핵심 전문직 집단이 얼마나 쉽게 공공성을 저버릴 수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생명과 정의를 책임진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직역 이익’이나 ‘조직 내부 갈등’ 앞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집단적이고 공격적인 저항을 선택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사회 지도층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여기지만, 정작 국민 앞에서는 책임보다 권한을 먼저 행사하는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의료대란과 줄사표 사태, 본질은 같다 의사들의 대규모 진료 거부는 국민 생명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이고, 검사장들의 줄사표는 국가 형벌권을 담당하는 조직의 안정성을 자기들 내부 정치의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다. 한쪽은 환자를, 다른 쪽은 형사 정의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특히 검사장들의 줄사표는 그 자체만으로 조직의 상층부가 공적 책임을 방기했음을 보여준다. 특정 사건의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견’이 ‘항명’으로, 항명이 ‘줄사표’로 이어지는 것은 이미 공적 판단의 선을 넘어선 행위다. 사표는 의견 개진이 아니라 압박 수단으로 이해된다. 국가기관의 권한이 사조직 내부의 파워게임에 악용되는 셈이다. ◇공공 권한은 집단이기주의의 자산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들은 공적 권한을 갖고 있지만, 공적 책임은 종종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한다. 의사 면허와 판·검사의 직무는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수호하라는 권능이자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위기 순간마다 책임을 내던지고, 자신들의 집단 이익을 앞세운다. 의사 파업으로 응급실이 마비되고, 검사 줄사표로 사법 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상황은 단순한 갈등이나 잡음으로 처리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이들의 행동이 사회 전체의 비용을 급격히 키운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내부 갈등을 왜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가 검사장 줄사표 사태는 그야말로 조직의 난맥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공직자라면 마땅히 내부 의견 차이를 공식 절차를 통해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절차는 뒷전이고, ‘집단 사표’라는 극단적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태도다. 이는 사법 정의의 연속성을 해칠 뿐 아니라, 검찰 조작·정치 개입 논란을 경험해온 국민에게 또 다른 불신의 근거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줄사표는 공공선의 실종을 넘어 조직의 신뢰 자체를 허무는 행위다. ◇국민 신뢰를 잃은 지도층은 더 이상 지도층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는 의사·판사·검사 등 전문직에 높은 권위와 신뢰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신뢰의 대가’였음을 종종 잊고 있다. 그 신뢰가 한 번 무너지면, 그 권한 역시 지속될 수 없다. 요구가 있다면 대화하고 조정하면 된다. 이견이 있다면 제도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선택한 것은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국가 시스템을 흔들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방식이었다. 이는 더 이상 지도층이 아니라, 단지 권한을 지렛대로 삼는 집단이기주의의 극단적 형태일 뿐이다. ◇이제는 책임의 무게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전문직 집단의 파업과 줄사표 사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이들이 정말로 사회의 지도층인가, 아니면 특권층인가?” 특권이 아닌 지도층으로 남고 싶다면 답은 명확하다. 국민을 협상 수단으로 삼는 행태부터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의사든 판사든 검사든, 공적 권한을 가졌다면 공적 책임을 회피할 권리는 없다. 국민의 신뢰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신뢰를 잃는다면, 이들 전문직 집단의 권위도 결국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2025-11-18 09: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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