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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영상톡] "우리가 언제부터 쪼잔해졌나?" 한애규 작가 '푸른길'..아트사이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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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시 영상톡] "우리가 언제부터 쪼잔해졌나?" 한애규 작가 '푸른길'..아트사이드 갤러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준성 기자
2018-06-19 18:12:14

15일부터 7월 19일까지 '푸른길 - 한애규展' 개최

3명의 여인 뒤에 2명의 반인반수(半人半獸), 이어 3마리의 말이 뒤따른다. 그 뒤를 반인반수, 말, 반인반수, 3마리의 소, 반인반수, 여인, 마지막에 아랍인 순으로 줄줄이 행렬을 이뤄 한국에 도착한다. 그것도 머나먼 터키에서..

한애규(65) 작가의 17개 작품이 모인 '행렬'은 마치 과거의 실크로드처럼 문명이 북쪽 길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것을 묘사했다.

[한애규 작가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이달 15일부터 7월 19일까지 '푸른길 - 한애규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테라코타(Terra Cotta: 흙으로 조형한 작품을 건조하여 구워내는 작업) 작업으로 신작 40여 점을 선보였다.

갤러리 지하 1층에 들어서니 17개의 테라코타 조각상들이 모인 하나의 거대한 '행렬'이 시선을 압도한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전시된 한애규 작가의 작품 군집 '행렬']


한애규 작가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7~8년 전쯤에 제가 책 한 권을 감명 깊게 읽었다. '실크로드를 달려온 서역인'이라는 책이다" 며 "전통 사학자가 아닌 분이 쓴 책이다. 그 책에서 신라의 지배층이 아주 먼 터키 정도에 있었던 지역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행렬을 이루는 조각상들에 대해서 한반도의 분단으로 끊어진 북쪽 길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과거 한국의 교류는 중국이나 만주, 이런 식으로 한정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아주 먼 곳과 교류를 했었다. 그리고 그 교류가 고려 시대까지는 굉장히 빈번했었다는 사실을 다른 역사책으로 읽게 됐다. 분단되면서 사람들이 약간 쪼잔해지고 너무 지역적인 것에 침잠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우연히 말 한 마리를 만들게 됐고 '실크로드'라고 제목을 붙였다. 이 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과거에 읽은 책을 떠올리게 됐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푸른길'이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전시된 한애규 작가의 작품 '조상']


작품 행렬의 제일 앞쪽에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재인 여인상을 비롯한 소와 말 동물상, 상체는 인간이며 가슴 아래부분은 말과 유사한 반인반수 조각품도 등장한다.

연인상은 몸집이 크고 엉덩이가 과장돼 표현했다. 작가는 우리 조상이 서역에서 왔다는 것을 가정하에 자신의 조상을 현재의 신체에 맞춰 추론했다. 그래서인지 눈도 보통 여자보다 크게 만들었다.

말은 북방 기마민족의 흔적을 표현했고 소는 인간과 친한 가축이니까 따라 들어왔다.

반인반수는 신화를 상징한다. 문명이 올 때 사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문명도 오고 신화적 요소들도 함께 들어 온 것을 의미한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전시된 한애규 작가의 작품 '서역인']


행렬의 마지막에 있는 서역인은 '푸른길'에서 유일한 남자 조각상이다. 작가가 처용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서인지 아랍인의 복장이고 색깔도 푸른색의 '터키청'을 썼다.

행렬은 한국으로 오면서 강도 건너고 오아시스도 거친다. 그래서인지 행렬의 인마들의 발이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는가 하면 눈도 파란색으로 돼 있다.

행렬이 지나온 문명의 흔적은 전시장 1층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조각상에서 떨어져 나온 날개와 머리가 놓여 있고, 곳곳에 기둥 조각과 파편들이 널려 있다.

작가는 실제로 유적지를 돌아보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관람객이 기둥 조각에 앉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실패를 많이 한 작품이 가장 평범해 보이는 기둥 조각이다.

앉을 수 있는 면을 연결하는 부분이 작품을 구울 때 닿는 면끼리 수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전시된 한애규 작가의 작품 '흔적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8할이 고통"

1980년대부터 30년 넘게 흙을 재료로 작업해오고 있는 한애규 작가는 "흙을 주무르는 감촉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든다"며 "흙을 만지고 있으면 섹시하다는 말도 듣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좋아서 하기는 하지만 남들 앞에 내 새울만한 것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며 "좋은 것이 2할이면 고통은 8할이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두드리면 '통통'하면서 맑은소리가 난다. 속이 비었다는 뜻이다.

"항아리 만드는 기법처럼 만들어야지 속이 조금이라도 두껍게 있으면 가마에서 다 터진다. 제일 힘든 것은 흙이 안 받쳐주는 것이다. 어떤 공장에서 흙을 사서 썼는데 그게 좋다가도 그 공장이 원료 수입처를 바꿔 흙의 품질을 유지 못 해서 가마 안에 있는 작품 전체를 버리는 골탕을 먹는 경우도 당했다"

작가는 행렬의 맨 앞의 여인상을 국산 흙으로 제작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미국산 흙을 썼다. 결국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사람보다 소, 말, 반인반수 제작이 어려운 이유

1m 조금 안되는 크기의 소, 말, 반인반수의 제작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작품의 크기는 가마의 크기와 비례한다. 1m 2cm 크기의 가스로 작동하는 가마를 가진 한애규 작가는 최대 1m의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2m 크기의 작품을 만들려면 2개로 나눠 만든 다음에 작품을 이어 붙여야 한다. 이렇게 이어 붙인 작품이 '행렬'의 맨 마지막을 장식한 '서역인'이다.

다리 4개를 가진 소, 말, 반인반수의 제작이 제일 까다롭다.

먼저 다리로 쓰일 항아리 4개를 만든 다음에, 중간에 스티로폼 같은 것으로 받침을 놓고 항아리 끝을 기울여 서로 붙인다. 기거서부터 다시 또 쌓아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쌓아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습도가 낮아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정도로 굳어야 하고 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안 굳어야 한다. 두 가지를 다 충족시켜야 해서 쌓아서 기다리는 테크닉이 많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한애규 작가에게 신작을 받으려면 최소한 2달 전에 주문해야 한다.

작품 외형을 만드는 데 20일 정도(다리 4개 짜리는 25일) 걸리고, 최소한 15일은 말려야 한다. 이후 가마에 넣고 4일 정도 굽는다. 작품 구상을 제외한 순수 제작 기간만 평균 40일 정도 걸린다.

[한애규 작가가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전시된 '청금석을 든 여인' 앞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한애규 작가 누구?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후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현재까지 총 2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품의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대전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청, 서울역사박물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이우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일민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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