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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영상톡]"황동 주조 섬세함의 끝판왕" 구현모 '후천적 자연'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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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시 영상톡]"황동 주조 섬세함의 끝판왕" 구현모 '후천적 자연' PKM갤러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준성 기자
2018-07-02 19:31:15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8월 3일까지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되는 사람이 있다. 주변 소음에 신경을 안 쓰면 오히려 소음은 집중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구현모 작가는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다녔지만, 도예를 하지 않았다. 독일에 유학 가서는 조소과를 갔지만 조소를 안 하고 비디오를 했다. 그런 식으로 그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왔다.

[구현모 작가가 PKM갤러리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집 주변에서 땅에 떨어진 느티나무 가지를 발견하고, 이것을 황동 주물로 제작했다. 나뭇가지의 한쪽 면을 황동관으로 된 액자에 연결해 마치 나무와 쇠가 붙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구현모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느티나무(Zelkova)'라는 작품으로 나무가 아니라 주물로 뜬 황동이다. 조각조각 주물을 떠서 은땜으로 연결했다" 며 "주물에 나무를 그린 것은 아니고 높은 온도에서 나무가 타고 남은 재들이 들러붙어서 자연스럽게 나무색이 됐다"고 설명했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느티나무']


주물을 사용하는 작업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인공적이다. 하지만 구현모 작가가 생각하는 자연의 범주는 광범위하다.

그는 인공이라고 하는 것을 우주 원리 속에서 흘러가는 커다란 자연의 테두리 안에서 해석했다. 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의 변화에 주요한 원인이 되고, 인간의 가공품이 일상의 자연이 되는 '후천적 자연의 시대'에 작가는 지금의 인공과 자연의 구분이 여전히 유효한지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달']


서울 삼청로에 있는 PKM갤러리에서 구현모 작가의 개인전 '후천적 자연'이 8월 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4년 만의 개인전으로 설치와 조각 신작에서부터 드로잉까지 내놓았다.

처음 전시장에서 마주친 작품은 덩그러니 벽에 매달려 있는 '달'이라는 작품이다.

작은 달은 스티로폼에 코팅한 것이다. 스무 번 정도 젯소(캔버스에다가 그림 그리기 전에 코팅하는 제품)로 바르며, 마치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이 조금씩 두꺼워진 것이다.

"큰 달이 대부분 지구본이었다. 지구본을 주었는데 그것을 벗겨내고 달을 만들었다. 그게 좀 재밌다. 달이 지구의 위성이고 달이 지구에서 파생됐는데 반대로 지구가 달로 탄생했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인공숲']


갈대숲을 연상시키는 '인공숲'이라는 작품도 눈에 띈다.
바닥에 놓인 돌, 나무, 쇠, 도자기 등에서 안테나처럼 피아노 강선이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다. 강선은 위로 갈수록 점점 얇아져서 바람이 불면 하늘거리듯 움직인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구름']


우레탄폼이라는 특이한 소재로 만든 '구름'은 인간에 의해서 만든 새로운 화학물질인데 가장 자연과 닮아있다.

"창틀을 고정하는 거품, 우레탄폼이 창틀에 있는 것을 보고 형태가 너무 재밌어서 만들어 봤다. 아이러니한 게 우레탄폼이 가장 반자연적, 반환경적인 재료인데 거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자연적인 현상으로 폼이 만들어지고 형태도 인위적이지 않아서 재밌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On the ground']


'On the ground'작품은 실제와 허상을 같이 배열해서 어떤 것이 실제고 어떤 것이 허상인지 보여준다.
거울 위에 올려져 있는 나무는 허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울 반대편에도 작품이 존재한다. 하지만 거울 위에 놓인 돌 모양 조각은 거울 이면에 작품이 없는 거울에 반사된 그림자가 전부이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매미']


돌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운 '하우스'나 매미를 주조로 뜬 '매미(Cicada)' 등의 작품은 크기가 10cm도 안 되게 작고 바스러질 듯 가늘다.

"일부로 작게 만든 것이 아니다. 곤충과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람이 불 때 하늘거리는 질감 때문이다. 어렸을 때 잠자리를 잡고 싶은 이유가 날개 같은 아슬아슬한 이음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PKM갤러리에 전시된 구현모 작가의 '하우스']


요즘 조각의 트렌드가 물성적이고 화려하다. 다들 주물을 뜨고 규모 경쟁을 하고 번쩍거리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물려서 뭔가를 느끼지 못하고 피로감을 준다. 이러한 시점에서 오히려 구현모 작가의 작업이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구현모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와 독일 드레스덴 예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마틴 호너트 교수에게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일상'을 시작으로 한국과 독일에서 11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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