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나라'로 불리는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이기도 하다. 민웨웅의 작품 'Towards Monastery(사원으로 가는 길)'에서는 스님들의 행렬 속에 어린아이들이 기웃거리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모뇨 작가가 그린 텅 빈 사원의 모습에서는 미얀마 사람들의 독특한 내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회화 작품을 통해 미얀마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전시 '미소의 땅 미얀마, 관계의 미학을 키우다'가 이달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있는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국제문화교류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는 작가 모뇨, 민웨웅, 산민, 뤼민, 틴윈, 아웅민, 모아똔, 틴타이아웅 등 8명이 초대되어 50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이 100% 개인재산을 들여서 2014년 4월 설립에 설립한 문화 재단이다.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와 경제를 이뤄가는 관계를 할 때 그 나라 사람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어야 서로의 관계도 긴밀해지고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세실업이 나가 있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서 인도네시아, 태국 이번에 미얀마까지 오게 됐다.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의 장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미소의 땅 미얀마, 관계의 미학을 키우다' 전은 미얀마와 미얀마 현대미술을 한국에 소개하고 미얀마 작가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전하기 위한 거울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시를 기획한 심상용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는 전했다.
심 교수는 이어 "매체적으로 분화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미얀마 미술이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미얀마 작가들이 추구하는 내적 세계만큼은 대단히 독자적이고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뇨, 민웨웅, 산민, 뤼민, 틴윈, 아웅민, 모아똔, 틴타이아웅 등 초대된 8명 미얀마 작가
모뇨 작가는 미얀마의 물, 땅, 산, 사원 등을 수채로 그렸다.
아무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 텅 비어 있는 듯한 모뇨의 수채화는 미얀마 사람들의 독특한 내적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불필요한 것들에 대한 욕망을 접고 꼭 필요한 것들만 포함 시킨 작품은 서양의 풍경화와 비교를 해서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모뇨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마다 실생활에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 그림을 보면 그런 마음속의 우울한 감정,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가지게 된다" 며 "그림에는 사람이 없다 그 그림을 보면 본인이 그림에 들어가서 좀 더 공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뇨 작가는 이어 "미얀마의 아름다움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며 "시를 읽는 독자는 시인의 마음과 느낌을 공감하기 마련이다. 화가로서 시를 한 편 짓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강조했다.
민웨웅의 작품 'Towards Monastery(사원으로 가는 길)'은 서원을 향해서 가는 스님들의 끝없는 행렬이다.
질서 정연한 스님들의 행렬 중간에 어린아이들이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미얀마의 독특한 소승불교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평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산민 작가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됐던 시절에 사회 또는 정부에 대한 저항적인 발언을 포함하고 있는 그림을 그려서 3년간 투옥된 경험이 있다.
이번에 초대된 작품 'Culture Killer(문화 파괴자)'에서는 급박하게 변해가는 사회를 진중한 기성세대로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뤼민의 작품 '#01 Generation(세대)'에서는 미얀마의 전통적인 고전 연극을 현대적인 여성들이 바라보고 있는 관계의 설정 속에서 세대간의 차이와 갈등 극복을 얘기한다.
틴윈의 작품은 소수 민족이 가진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고 있다. 'Naga man with Spear(창을 든 나가족 남자)' 작품에서는 나가족이 농사를 짓는 가난한 민족이지만 가난 때문에 이들이 절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표현했다.
아웅민은 가장 서구의 모더니즘을 앞서서 수용한 작가이다. 'Myanmar Lady C(미얀마 여인)' 작품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는 미얀마의 전통이 녹아 있고 형식주의적인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결이 있다.
모아똔 작가는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하고 작가들이 살기 어려웠던 시기에서 오랫동안 삽화를 해 왔다. 작가는 그런 경험 속에서 오히려 회화적 스타일을 획득하게 됐다. 'Buddha and Ma'ra2 (부처와 마라)'작품은 마라라는 죽음의 신과 부처의 싸움을 다뤘다. 부처가 죽음의 세력을 이겼다는 미얀마의 전통적인 이야기들이 그림 속에 포함돼있다.
모뇨 작가가 사원 주변의 비어있는 풍경을 그린다면 틴타이아웅 작가는 사원에서 이뤄지는 축제를 그렸다. 미얀마에는 사원 페스티벌이 있고, 이 시기에 사람들은 소가 끄는 달구지를 몰고 와서 축제를 즐긴다.
달구지는 서양인들의 캠핑카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이것이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다.
작가는 그런 장면이 너무 아름답고 늘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얘기한다.
▶식민 지배→군부 독재→문민정부로 이어진 미얀마와 한국
미얀마는 한국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3년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얀마를 공식방문한 적이 있으나 양곤에 있는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에 의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우리나라 정부 요인이 희생당한 적이 있다.
미얀마는 식민 지배, 군부 독재, 문민정부로 이어지는 한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정치가 발전해 왔다.
중국, 인도, 태국,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는 1885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1948년 1월에 독립했다.
독립 후 의회민주주의를 도입했으나 1962년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섰고,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합(NLD)이 압승하였으나 군사정부는 정권 이양을 거부하고 군부독재 체제를 유지했다. 이후 2016년 1월에 문민정부를 출범시켰으나 아직 군부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얀마에서 경제 중심 도시는 양곤이고 네피도는 행정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의 90%가 불교를 믿는 불교의 나라이며 버마족(68%)과 일부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