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은행장 모두 임기 동안 괄목한 만한 실적을 올린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겨뒀다. 21일 데일리동방은 이들 은행장의 '3인 3색' 주요 행적들을 살펴봤다.
◆ 허인, 역대급 실적…리딩뱅크 탈환에 총력
신한은행과의 치열한 '리딩뱅크' 자리를 둘러싼 자존심 대결이 남아 있어서다. 상반기 순익 기준으로는 국민은행이 다소 앞섰지만 최종 사업보고서가 나오기까진 속단할 수 없다.
우선 올해 신한은행을 제치고 역대급 순익을 올릴지 주목된다. 허인 행장은 2017년 11월 21일 취임했다. 2017년 국민은행 순익은 2조2629억원이었다. 그리고 2018년 2조2393억원, 2019년 6월 기준으로는 1조31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조2793억원의 순익을 낸 신한은행에 뒤쳐졌지만, 올해 순위가 또 다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순익은 1조2819억원으로 국민은행에 조금 뒤처진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민은행 역사상 최대 순익을 올릴 공산이 크다.
신한은행과의 경쟁만 부각되지 않는다면 허인 행장의 경영전략과 리더십은 높게 평가된다. 공격적 영업보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자산건전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한 게 주효했다. 실제 2016년 말 0.7%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해 6월 현재 0.5%대로 시중은행 평균치 수준까지 저하됐다.
허인 행장 취임 후 국민은행의 조직문화·이미지도 한결 유연해졌다. 여직원 유니폼을 과감히 없애 기존의 여성 차별적이고, 관료적인 인상에서 탈피시킨 게 대표적이다.
또 모든 직원들의 점심 시간(1시간)을 완전히 보장 받도록 10여 년간 결렬된 노사 합의를 이끌었다. 특히 고객 응대를 위해 눈칫밥을 먹던 영업점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 '사람중심 디지털'을 화두로 전사적인 경영로드맵을 재구상한 건 허인 행장의 야심작이다.
그는 지난 7월 정기 조회사에서 "KB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고객과 직원"이라며 "디지털을 강조하지만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걸 망각할 때가 있는데, 대면 채널의 강점과 더불어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김도진, 中企대출 합격점… 건전성 회복 관건
이같은 경영 방침은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점유율을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고,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김도진 행장은 입행 32년 만인 2016년 12월 28일 은행장에 올랐고, 오는 12월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우선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하는 정부 정책에 발을 맞췄다. 중기대출의 우위를 다지는 데 집중하며 은행권 전체 중기대출의 비중을 올해 상반기 22.8%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전체 여신 중 중기여신은 77.8% 수준으로 확대돼 이 부문 절대강자를 입증했다. 기업은행의 순익은 2016년 1조267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도진 행장 취임 이후 2017년 1조3141억원까지 오르며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1조5110억원으로 또 다시 최대 순익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도 이미 86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624억원(7.8%) 늘어 올해 총순익도 지난해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김도진 행장에 대한 평가가 합격점인 이유 중 '현장 우선' 행보도 빼놓을 수 없다. 영업 현장의 소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전국 600여개 지점을 모두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보겠다는 목표를 조만간 완수한다.
"직원들과 소통이 새로운 사업추진의 동력이 된다"는 김도진 행장의 평소 지론은 2017년 8월 '동반자금융'이란 브랜드를 탄생시킨 발판이 됐다. '성장-재도약-순환'의 3개 플랫폼으로 구상한 동반자금융을 기업은행의 대표 브랜드로 설정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획안에 담았다.
남은 과제는 열위의 자산건전성을 높이는 일이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1.26%로, 시중은행 평균인 0.5%를 상회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자산이 건전함을 의미한다. 침체된 경기 속에 중소기업들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되자 기업은행의 건전성 개선이 더디게 진행됐고, 시중은행과의 격차는 매년 벌어졌다.
위험가중자산까지 늘어나자 김도진 행장은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6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인 무보증·무담보 상각형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또 정부 대상 250억원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건전성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 이대훈, 사상 첫 1兆 순익… 동남아 공략 과제
이대훈 행장이 취임한 2018년 1월 1일부터 임기 1년 간 농협은행의 순익 증대는 놀라울 정도다. 취임 전 2017년 전체 순익은 6513억원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1조2181억원을 달성했다. 1년 새 무려 5668억원(87%) 늘었다.
이같은 호조세를 이어갈 인물로 낙점을 받은 이대훈 행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했고,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8385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농협은행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휘한 그의 경영로드맵의 핵심은 '디지털'이다. 취임과 동시에 핀테크(금융기술)에 기반한 혁신적 콘텐츠와 인재 확보에 주력할 방침을 밝히면서 '디지털 선도은행'을 선포한 바 있다.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 고객층 확대에 톡톡히 한 몫을 한 금융서비스앱 'NH스마트뱅킹 원업(One Up)', 통합플랫폼 '올원뱅크 3.0'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대훈 행장이 선도한 디지털 경영의 컨트롤타워 격인 NH디지털혁신캠퍼스도 올해 4월 출범했다. 현재 은행의 신기술 연구조직 '디지털R&D센터', 스타트업 육성공간 '핀테크 혁신센터' 등으로 활용 중이다.
올해 초 디지털 관련 조직을 세분화해 전략부, 채널부, 마케팅부로 재편한데 이어 각 부문장에게 인사와 예산권한을 부여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디지털과 함께 이대훈 행장이 그리는 경영로드맵의 또 다른 한 축은 '글로벌'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현지 법인이 운영되는 동남아시아로의 진출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포화된 국내 시장을 디지털화로 공략한다면,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은 현지 사정에 부합한 간편결제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시중은행 간 경쟁구도를 그리고 있는 베트남 시장 선점과 관련해 이대훈 행장은 '베트남QR 결제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처럼 3명의 은행장이 임기 동안 나름의 최고 성과를 거둔데 대해 이견은 없어 보인다.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각 은행의 비전에 따라 새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연말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