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은 12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애경 컨소시엄보다 7000억원이나 높은 금액을 입찰액으로 제시하며 과거 현대가의 통큰 베팅을 재현했다.
현대는 지난 201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한국전력부지 7만9342㎡(약 2만4000평)에 대한 입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현대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지매입을 위한 입찰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해당부지의 입찰예정가격을 3조3300억원으로 책정하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시내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리던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해 현대차 컨소시엄은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예상과 180도 달랐다.
현대차 컨소시엄이 10조55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베팅하면서 경쟁이 무의미해 진 것이다. 평당으로 환산하면 4억40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액수다.
삼성전자 측이 얼마를 베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 5조원 규모에 머물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당초 한전부지 입찰, 용도변경, 서울시 기부채납 등 모든 공사비용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업계가 예상한 완공비용을 초과하는 금액을 입찰에만 쏟아부으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오버페이’와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현’ 등의 엇갈린 시선들이 이어져 왔다.
현대차그룹은 입찰과 동시에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투자펀드 등이 유입됐고, 입지조건의 우수성들이 함께 부각되면서 해당 부지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부지에는 105층 규모 현대차 신사옥과 호텔, 컨벤션센터 등이 포함된 복합시설 ‘현대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지어지고 있다.
5년간 해당부지의 공시지가는 매년 20%씩 꾸준히 오르며 현재 7조원 규모로 상승했다. 또한 향후 GBC건립에 따른 가치 급등을 예상해봤을 때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결코 오버페이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2조4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가치평가액인 1조3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보다도 7000억원 가량 높은 액수다.
정 회장은 “금호산업에 귀속되는 구주 4000억원을 제외한 신주 인수액 2조원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사용할 금액이다”며 ‘오버페이’라는 일각의 의견을 일축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는 4조원 이상으로 부채비율이 650%까지 치솟아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정 회장은 신주인수액 2조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를 300%대 까지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정 회장은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HDC그룹은 현재 계열사인 HDC아이콘트롤스를 통해 도로, 철도, 항만운영시스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천신항 항만배후단지 사업자격을 획득하며 항만사업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사업까지 진출하면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그룹으로 거듭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조4000억원이라는 입찰액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HDC현산의 확고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금 현산에서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신사업확대 측면에서는 상징적인 인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