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권순호 대표이사, 유병규 HDC 부사장, 정경구 현대산업개발 경영관리본부장 등이다. 당시 정 회장 오른쪽에 앉은 김대철 사장은 사실상 이번 협상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왼쪽에 배석한 유병규 부사장은 정 회장과 계열사의 가교 역할을 하며 안살림을 돕는다. 정경구 전무는 미래에셋대우와 이번 협상을 추진한 실무 책임자다. 건설 부문을 총괄하는 권순호 부사장은 계열사간 시너지 전략 등을 세웠다.
그간 정 회장이 강조해온 기조는 종합 부동산・인프라 그룹이다. 2조5000억원 규모인 이번 인수가 성공할 경우 주택시장 침체를 딛고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된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비치지 않던 그가 데리고 나온 이들은 그룹 성장에 없어선 안 될 측근들로 재차 공인 받은 셈이다.
정 회장과 함께 나타난 이들은 주요 경력부터 현대와 인연이 각별했다. 김대철 사장은 현대자동차 국제금융팀장과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 기획본부장, HDC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정 회장의 고려대 경영학과 3년 선배이기도 하다. 경영학 석사 학위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에서 받았다. 그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협상을 총괄하며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30년 가까이 현대가 재무통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항공사 인수 후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권순호 대표이사는 현대산업개발 상무와 HDC아이서비스 인테리어・조경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유병규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산업개발의 지주회사 설립을 주도하기 위해 부사장에 선임됐다. 성균관대 경제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석・박사 출신으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기획재정부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위원과 산업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회사는 그해 5월 회사 분할을 통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며 회사 이름을 HDC로 바꾸고 정몽규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경구 본부장은 HDC자산운용 대표이사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오크밸리 인수 때 미래에셋대우와 협상을 진행한 경험으로 이번 협상도 순조롭게 이어왔다고 평가받았다.
정몽규 회장의 이번 아시아나 인수 협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자동차 사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하늘길 개척으로 뒤집는 상징성이 있다. 1999년 현대그룹이 계열분리를 하는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이 갖던 자동차 경영권은 사촌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후 부친 정세영 회장과 함께 현대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건설업에 들어선 그는 자동차 제조라인에서 불량이 생기면 모든 공정을 멈추는 라인스톱제를 건설에 도입하는 파격을 보였다. 2003년부터 회사가 짓는 다양한 성격의 건물을 아이파크로 통일해 회사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를 인수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을 건설사업본부와 개발운영사업부, 경영기획본부의 3본부 체제로 개편하는 데 필요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성용 부동산114 대표이사는 정 회장의 용산고, 고려대 후배로 호텔아이파크 출신이다.
종합 부동산・인프라 그룹을 향해 달려온 결과, HDC그룹은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 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34개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올해 HDC 순위는 33위다. 전년도 46위였다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재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3분기 HDC현대산업개발 영업이익은 940억원으로 전분기(1960억원)보다 52.1% 떨어졌다. 전년 동기보다는 21.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자체주택 현장 소멸과 올해 분양 부진으로 내년 영업이익도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실적 기여에 보탬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편으로 정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기존 호텔과 면세점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이어온 전문 경영인들의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
앞서 HDC그룹은 지난 8월 한솔개발 경영권을 인수하고 사명을 HDC리조트로 바꿨다. 대표이사에는 조영환 당시 호텔DHC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오크밸리 경영권도 확보했다. 조영환 대표이사는 1996년 현대자동차 입사 후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아이파크(현 호텔HDC) 등을 거쳤다. 강원도 정선 소재 리조트 파크로쉬 개발도 주도했다. 조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호텔HDC에서 파크로쉬와 파크 하얏트 서울, 파크 하얏트 부산과 아이파크 콘도미니엄 등 그룹의 호텔과 리조트 전반을 이끌고 있다. 조 대표이사 자리를 이은 김대중 호텔HDC 대표이사는 1995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도시재생과 경영분석 등 업무를 주로 했다. 그는 호텔・리조트 개발과 운영에 기존 경영관리와 사업 분석 노하우를 업목해 사업 확대를 안정적으로 해 갈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아버지 ‘포니 정(정세영 명예회장 별명)’의 영향으로 자동차에 애착이 강했던 그가 건설에 이어 항공에 도전한다. 범 현대가의 지원과 본인의 뚝심, 항공업 시너지 역량이 기대되는 측근과의 합심이 HDC그룹의 이륙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