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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한진칼, 지배구조 투명성 압박 견딜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1-07 07:15:00

조원태 회장, 사추위 위원장…이사회 독립성 의구심 여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제공]

한진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낳았다. 조양호 전 회장의 회장직 박탈, 별세에 따른 퇴직금 문제, 행동주의 공격에 이은 각 주체별 지분 확보 등이 주 내용이다. 이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집안 싸움’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공동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외부 시선을 더 신경쓰는 셈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성부펀드(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29%를 보유한 2대주주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4%다. 한진그룹 우호세력으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10%, 어느 쪽 편인지 알 수 없는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은 6.28%를 각각 확보하고 있다.

시장 관심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 쏠린다. 조원태 회장 연임 가능성 때문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지난해 말 집안에서 언쟁을 높인 것이 알려진 후 공동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이번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이 모든 문제는 지배구조로부터 출발한다. 지배구조란 기업 경제활동 과정에서 주주, 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간 관계를 조정하는 매커니즘이다. 한 마디로 의사결정 구조를 말하며 그 핵심에는 이사회가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11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지원 체계를 이사회 규정에 명분화 ▲내부감사계획을 ‘보고’에서 ‘승인’ 사항으로 변경해 감사위원회 권한을 강화했다. 이사회 안건에 대한 사전 검토와 내부거래 심의를 수행하도록 대표이사 1인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도 신설했다.

이중 보상위원회 설치는 지난해 1월 KCGI가 제시했던 지배구조개선 방안이다. 같은 해 2월 발표한 지배구조개선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퇴직금(495억원)이 과도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KCGI는 지난 해 5월 조양호 전 회장 퇴직금 관련 적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같은 해 11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달 한진칼은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보수 지급 관련 객관성 여부 우려를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지칼 사외이사추진위원회에는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조원태 회장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총 5명 위원 중 3명이 사외이사지만 내부 인사가 참여하고 있어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

투명하지 않는 지배구조 배경에는 지분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전체 지분 중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확고한 주인이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주주와 소통을 열수록 받아들여야 하는 요구가 많아진다.

강성부 KCGI대표는 오래 전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편법 상속,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지분 마련 자금확보 등을 지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 즉 지배구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가 결정된다고 봤다. 기업이 사회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그만큼 소통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배구조를 두고 경영자 입장에서는 방어적 자세를,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격적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며 “결국 두 주체가 합의점을 찾아야 하지만 대주주 지분이 낮을수록 투명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영원히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초대 회장의 경영정신은 점차 흐려지기 마련이고 전문경영인들의 도전에도 직면하고 있는 만큼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한진칼의 ESG평가를 보면 환경(E)과 사회(S) 부문은 지난 2016년 이후 줄곧 개선됐지만 지배구조(G)는 C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3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확고한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더 개선되고 투명한 지배구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한진칼 주가는 지배구조개선 기대감도 있지만 수급 영향이 크다”며 “실적과 전망을 감안하면 현 수준 주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주들을 만족시키려면 기대가 아닌 실제로 과감한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하다”며 “임시 방편 대응보다 투자자가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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