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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전자투표 거절’ 조원태 VS ‘아군 배신’ 조현아…기싸움 ‘팽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20-02-20 04:18:00

3월 주총, 한쪽 압도적 승리 장담 어려워…남는 건 ‘주주가치 제고’

한진, "전자투표 검증 안돼"…KCGI, 지지 기관투자자 위해 제안한 듯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사진 = 대한항공 제공 ]

한진칼이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불가 방침을 내놨다. 일각에선 소액주주 표심에 대한 자신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KCGI(강성부펀드)는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인물 중 한명이 사퇴를 표명하면서 ‘전문경영인’을 강조한 명분이 흐려지고 있다. 양측 공방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진그룹 노동조합은 물론 대한항공 OB들도 조원태 회장 체제 지지를 선언했다.

조원태 회장에 대한 지원군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한쪽의 압도적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분 경쟁과 명분 쌓기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변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내달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손 잡고 연합 세력을 구축했다. 연합 지분은 32.06%로 조원태 회장 측 지분(33.42%, 카카오 포함)과 격차는 크지 않다. 결국 국민연금(약 3%)과 소액주주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여부에 따라 한진칼 경영 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전자투표제 거부, 소액주주 표심 확신 부족때문?

KCGI 등 반 조원태 연합은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진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련 제도 도입을 불가했다. 소액주주 표심이 중요한 가운데 이러한 결정은 조원태 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우선 소액주주 표심을 얻을 자신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속되는 KCGI 공격에 이미지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 연임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른 이유는 소액주주 가운데 KCGI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분 공시를 하지 않는 주체 중 기관투자자들이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KCGI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직접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만큼 전자투표제는 KCGI 입장에서 주총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요인이어서 주주제안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칼은 전자투표제 신뢰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여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진칼 입장에서 보면 전자투표제 도입 불가는 지배구조 투명성에 부합하지 않지만 조원태 회장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소액주주들이 현 경영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너 경영체제에 대한 불신,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드러난 탓이다. 노조가 조원태 회장 편에 서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판하고 있음에도 한진칼은 소액주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셈이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KCGI 추천인사 사퇴, 조원태 회장 연임 반대 명분 잃어

양측 지분율이 팽팽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 한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 주총 이후 분쟁이 지속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은 조원태 회장 체제를 확고히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등 ‘반 조원태 연합’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총 8명을 추천했다. 이중 김치훈 전 항공공항 상무가 사퇴를 표명하면서 ‘전문경영인’을 강조한 명분이 다소 흐려졌다. 추천 후보 중 함철오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제외하면 항공업을 경험한 인물은 없다.

이번 주총 결과는 의결권 자문사 역할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조원태 회장 연임을 반대할만한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경영인을 강조한 KCGI는 사내이사 이탈로 외부 자문기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총이 끝나더라도 지분경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KCGI 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핵심 사업 매각 등을 주장했다. 한진칼도 사업 구조조정과 매각을 천명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양측 모두 이번 주총을 두고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지키기, ‘반 조원태 연합’은 이사회 장악 등에 각각 집중하면서 주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보다 나은 주주가치 제고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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