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진칼 ESG등급은 ‘C이하’다. 평가를 시작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B이하’를 유지한 가운데 한단계 강등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E(환경)과 S(사회)는 개선됐지만 G(지배구조)가 ‘C’를 기록하면서 전체 등급을 끌어내렸다.
이 문제를 파고 든 주체는 KCGI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반 조원태 연합’을 결성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지를 공식화하면서 ‘친 조원태 VS 반 조원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양측 총 지분은 각각 33.42%, 32.06%로 격차가 크지 않다.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4.11%)과 기타주주들 결정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경영권 분쟁 전개 1차 결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KCGI는 지난 5일 공식 자료를 통해 “상법 제368조의4는 이사회 결의로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한진칼과 ㈜한진 이사회와 이사들은 3월 주주총회와 이후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2010년 5월부터 시행됐지만 채택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KCGI가 전자투표제 도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소액주주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CGI는 그간 한진그룹 지배구조 불투명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왔다”며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소액주주 표심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진그룹 대응도 만만치 않아 누가 승기를 잡을지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구성위원을 전부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사추위 위원장은 정진수 사외이사가 담당하지만 우기홍 사장이 사추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추위는 과반수 사외이사 구성(75%, 상법 제542조의8 제4항)이라는 법적 조건은 충족하고 있지만 투명성을 완벽히 갖추진 못하고 있다. 이에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했다.
사외이사 독립성이 충족돼도 이사회는 각 위원회가 결의한 사항에 대해 재결의를 할 수 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을지도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친 조원태’ VS ‘반 조원태’ 양상이 격화되면서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시장 관심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여부에 쏠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KCGI가 맞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면 표심은 KCGI 측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분쟁이 지속될수록 주가가 오른다는 점에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쪽이 소액주주들에게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3월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승기를 잡는다면 KCGI 측 공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만큼 기타주주들은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지분율이 드러나지 않는 주체 중 일부 사모펀드와 기관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KCGI 우호세력으로 지목되고 있어 전자투표제 도입 시 조원태 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한진그룹 측이 제도 도입을 거부하면 표심을 잃을 수 있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