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4월 20~24일) CJ대한통운(AA-), 롯데쇼핑(AA0), 포스코에너지(AA-), 영원무역(AA-),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 롯데지주(AA0) 등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역성장 우려에도 우량등급으로서 수요는 충분했다. 우량채를 매입하는 채권안정펀드도 그 힘을 보탰다.
눈에 띄는 점은 아주산업(A-) 수요예측 결과다. 아주산업은 3년 만기 회사채 200억원 단일물로 구성했으며 총 310억원 자금이 몰렸다. 희망금리 밴드는 민평 금리에 –0.3%~+0.3%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최근 수요 부진을 예상한 일부 발행사들이 금리 밴드 상단을 +0.6%포인트까지 열어놓은 것보다 낮은 수치다. ‘흥행’이라고 할 수 없지만 비우량채이자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아주산업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사업 안정성이 꼽힌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완화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은행은 정부가 설립하는 특별목적회사(SPV)에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현재 한은은 산업은행에 대출하고 산은이 SPV에 재대출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구체적 내용은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자금 규모는 약 20조원이며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에 사용된다. 채안펀드는 우량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비우량채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정부와 한은 협력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지난 9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부 보증 하에 SPV를 설립하는 것은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발언으로 지원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 지원에도 경제가 안정화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면서 기준금리 인하 등 ‘한은 역할론’이 부상했다. 비우량 등급 스프레드 추가적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번주(4월 27~5월 1일)에는 현대자동차(AA+), 동아쏘시오홀딩스(A0), 대한제당(A-) 등이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우량등급으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건은 비우량채 수요예측 결과다. 아주산업이 저신용등급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대한제당 수요예측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으로 채권시장이 약세(공급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정책 지원으로 비우량채 스프레드는 축소될 수 있지만 절대금리 하락은 제한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